몇 년 전 둘째가 태어나기 전 쏠비치 삼척에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이후 다시 가고 싶었지만 둘째가 태어나고 이사를 하고 코로나가 터져 다시 못하고 있었죠.
이제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진 틈을 타 다시 가고 싶어 져 간신히 예약을 하게 되었죠.
주말에 다녀오면 좋은데 그건 예약이 너무 어려워
토요일 ~ 일요일은 아니고 일요일 ~ 월요일로 예약을 했기에
토요일은 강릉에서 놀기로 합니다.
고향이 강릉이라 부모님이 강릉에 계십니다.
따라서 강릉은 여행이라고 하기는 좀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여행과 다를 바가 없죠.
그리고 어른들도 여행처럼 놀면 그게 여행이 아닐까요.
돈을 흥청망청 쓴다는 말입니다.그게 바로 여행의 본질이죠.
금요일, 저녁 식사를 하고 짐을 챙겨 강릉으로 출발합니다.
저녁에 출발하면 아이들이 차에서 자기 때문에 휴게소도 안 들르고 차도 안 막히는 고속도로를 즐길 수 있습니다.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집이 강릉에 있는 자의 특권이죠.
도착 후 자는 아이들은 그대로 방으로 옮기고 부모님과 잠깐의 근황 토크를 끝으로 하루를 마감합니다.
그리고 토요일 아침 6 시 30 분.
아이들은 아침 일찍 일어납니다.
도대체 왜.
강제 기상의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아들 둘을 데리고 마당으로 나갑니다.
텃밭에서 당근을 뽑아야 한다는 어머니의 명령이 하달되었습니다.
너 말고
도시인이 생각하는 텃밭과 시골인이 생각하는 텃밭은 사이즈에서 부터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약 100 평.
이건 그저 텃밭일 뿐입니다.
아이들에게 당근 뽑기 체험 학습을 가장한 노동 착취를 시키고
저는 집에 돌아갈 때 가져갈 생산물을 찜하기 위해 한 바퀴 돌아봅니다.
고추가 잘 자랐네요.
고추는 늘 필요하죠.
튀겨 먹으면 맛있는 가지.
애들이 가지 밥을 은근히 잘 먹습니다.
파는 집에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잘 손질한 후 키친타월로 대충 감싸 밀폐용기에 넣어두면 꽤 오래갑니다.
상태가 비실비실해지기 시작하면 잘게 썰어 냉동하면 알뜰하게 다 먹을 수 있죠.
보기만 해도 귀엽고 흐뭇한 아이들의 당근 뽑기는
누구나 예상하겠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남은 당근을 뽑고 꼬다리를 칼로 잘라 담습니다.
아침을 먹고 나와 둘째는 비눗방울 놀이를 합니다.
첫째는 덥다고 안 나오네요.
티비 보고 싶어 그러는 거 다 안다.
감자가 제철입니다.
감자를 캐야 합니다.
감자 캔다는 말에 첫째도 냉금 나옵니다.
역시 아이들은 체험 학습을 좋아하죠.
강원도인의 피가 흘러서 그래.
고향이 강릉이라고 하면 집 앞에 누구나 감자가 있는 줄 압니다.
부정할 수 없어 억울합니다.
감자가 풍년이네요.
집에 돌아가면 감자전을 해 먹어야겠어요.
애들은 튀겨 달라고 조르겠지.
고생한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일당.
시원한 구슬 아이스크림.
저희 애들은 할머니 집엔 늘 구슬 아이스크림이 있는 줄 알아요.
이제 물놀이를 하러 가야겠군요.
아이들에게 물놀이하러 가자고 하니까 키즈카페 가고 싶다고 징징거립니다.
왜! 강릉까지 와서! 키즈 카페를!
길냥이와 눈인사 한 번 하고 결국 키즈카페를 갑니다.
2022.07.12 - [기록/일상] - 강릉 키즈카페 "원더스카이" - 여행이라면 키즈카페인건가
키즈카페에서 점심 먹을 식당을 고릅니다.
예전에 가봤던 스페인 요리 식당을 가자고 와이프가 그러네요.
맛있고 아이들도 잘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좋은 생각이라고 서로 흐뭇해하며 이동.
오랜만에 온 라꼬시나.
뭘 먹을까 벌써 군침이 도네요.
그리고 처참하게 입구 컷.
예약이 꽉 차서 입장이 안된답니다.
작년에는 자리가 많이 비었었는데 그 사이 꽤 유명해졌나 봅니다.
차로 돌아와 아이들에게 물어봅니다.
뭐 먹고 싶어?
감! 자! 튀! 김!
그놈의 감자튀김.
다른 대안이 없으니 감자튀김 먹으로 햄버거 집으로 갑니다.
주차는 지옥 같지만 어쩔 수 없죠.
여행은 원래 지옥 같은 주차를 견뎌야 하는 법.
2022.07.13 - [보고서/사먹음] - 강릉 수제버거 "버거웍스" - 안목 커피 거리엔 커피만 파는게 아닙니다.
잘 먹고 집으로 돌아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놀이를 하러 갑니다.
아직 7 월 초, 해수욕장은 이제 개장했지만 아직 바닷물은 찹니다.
어른은 찬 바다를 어느 정도 버티지만 아이들은 금방 저체온증이 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 따뜻한 물이 있는 라카이 샌드파인 리조트의 수영장으로 갑니다.
투숙객이나 회원은 타월을 인원수에 맞춰 대여 해줍니다.
다만 투숙객이 아니면 샤워와 환복에 애로사항이 조금 있을 수 있습니다.
샤워실이 딱 하나.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져 그런가 사람이 많네요.
다행히 날씨가 덥지 않고 구름이 많아 물놀이에 딱 좋습니다.
수영 학원 다닌다고 이제 물에도 혼자 동동 떠 있네요.
수영장 폐장까지 놀다가 집에 돌아왔습니다.
아까랑 다른 고양이가 있네요.
지친 몸으로 아이들과 계속 놀아줍니다.
저녁은 소화 잘 되는 삼겹살로 간단하게 때우고 내일을 위한 취침.
삼겹살 정도면 간단한 거 아닌가.
2022.07.14 - [보고서/사먹음] - 강릉 순두부 전골 "차현희 순두부 청국장" - 아침엔 순두부
두 끼나 집 밥을 먹었으니 일요일 아침은 외식입니다.
여행은 원래 외식만 해야 하는 건데.
그리고 강릉 특산물, 커피를 마시러 이동합니다.
강릉 커피가 유명해지고 줄이 너무 길어 가기 어려운 카페가 많이 생겼지만,
강릉에 자주 오는 저희들은 새로운 카페를 찾는 재미를 발견해가고 있습니다.
2022.07.15 - [보고서/사먹음] - 강릉 초당두부라떼, 초당찰떡 "초당커피", "초당찰떡" - 고소한 라떼에 찰떡 추가요
커피까지 마셨으니 이제 쏠비치 삼척으로 이동할 시간입니다.
강릉에서 삼척까지 약 1 시간.
일요일 아침도 새벽같이 일어나더니 차 안에서 딥 슬립 중이군요.
나도 자고 싶다.
오오 이게 몇 년 만인가.
쏠비치 삼척, 반갑다.
체크인을 하기 위해 대기표를 뽑습니다.
180 명.
망했군요.
제가 줄을 서는 동안 와이프는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합니다.
날이 흐려 그런가 내 눈이 흐려진건가 몇 년 동안 많이 칙칙해졌네요.
괜찮아, 네가 칙칙해진 만큼 나도 칙칙해져 돌아왔단다.
예전에는 진짜 푸릇푸릇했는데.
나도.
객실로 올라가는 길, 아이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배스킨라빈스에서 뽀로로 컵을 강매 당합니다.
왜 그런 걸 팔고 그래.
객실에는 에어컨(단수형)이 있습니다.
에어컨(복수형) 아니고요.
거실에만 있습니다.
잘 때 방 문 열고 자야 해요.
비발디파크도 그렇던데 리모델링 안 마려우십니까.
팁 하나를 드리자면,
체크인할 때 카드키를 하나 더 달라고 하세요.
키가 하나 더 있으면 정말 편합니다.
그리고 방 입구에 카드 꼽는 곳에는 아무 카드나 꼽아두세요.
종이를 잘라 넣어도 됩니다.
그럼 카드키를 엄마 하나 아빠 하나 가지고 다닐 수 있습니다.
점심은 간단하게 빵과 케이크를 먹고 또다시 물놀이를 할 시간입니다.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됩니다.
날이 어제와 마찬가지로 흐려 놀기 딱 좋네요.
덥지도 춥지도 않고 딱 좋아요.
유료 입장 후 유료 물놀이.
키즈카페 안에 있는 장난감 뽑기 같은 거.
5 분에 3,000 원, 둘이면 6,000 원.
나쁜 놈들.
바다는 아직 차지만 바로 따뜻한 물로 들어가면 되니 프라이빗 비치도 가봅니다.
어째서인지 옆에 있는 일반 해수욕장보다 사람이 더 많군요.
뒤쪽으로는 돈 주고 빌려야 하는 파라솔이나 카바나가 있습니다.
날이 흐린 바닷가의 파라솔과 카바나는 인기가 없네요.
역시 바다는 춥습니다.
따뜻한 물로 돌아와 몸을 녹이고 저녁을 먹으러 가야 할 시간입니다.
사실 가려고 찜 해둔 식당이 몇 개 있었는데
모두가 공평하게 피곤하므로 식당으로의 이동 안건은 부결되었습니다.
아니다. 내가 제일 피곤하다.
첫째는 불고기, 둘째는 페페로니 피자, 와이프는 떡볶이, 저는 치킨이 먹고 싶습니다.
음식 주문 담당자가 매우 피곤해졌습니다.
아니다. 아까부터 피곤했다.
신기하게도 모든 요구사항을 완벽하게 만족하는 배달 음식점이 있군요.
로비에 대한 견해 차이 때문에 음식 픽업 위치에 대한 혼동이 있었던건 비밀.
불고기 피자도 불고기잖아요.
그렇다고 해줘요.
별 기대는 안 했는데 피자도 떡볶이도 치킨도 맛있습니다.
뭘 먹어도 맛있을 피로도를 몸에 축적하고 있다는 사실은 넘어가도록 합시다.
닭 목이 있군요.
닭 목 주는 치킨집은 근본이 있는 치킨집이죠.
닭 목 좋아합니다.
세상 맛있는 맥주.
이틀 연속 물놀이의 여파는 맥주를 모세혈관까지 흡수시켜 줍니다.
내 몸에 가까운 물.
바다에 크게 미련이 없는 강릉 사람이지만,
그래도 여행에서 바다 야경은 돈을 더 주고라도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에 22,000 원 더 내야 하죠.
나쁜 놈들.
날이 좋으면 아침에 해돋이도 바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들이 깨워서 강제로 본거였구나.
2022.07.18 - [보고서/사먹음] - 쏠비치 삼척 조식 뷔페 "쏠비치 삼척 셰프스키친 " - 짧은 시간이 아쉽다
아침은 당연히 조식 뷔페죠.
다른 대안은 생각조차 안 해 봤어요.
이거 먹으러 온 겁니다.
밥을 먹고 나오자 한층 더 칙칙해진 날씨.
부슬비까지 내려 야외에 사람이 없습니다.
슬슬 체크아웃해야죠.
체크인할 때 미리 선불로 해두면 키 반납함에 키를 넣기만 하면 끝납니다.
강릉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습니다.
강릉 올 때 장칼국수 안 먹고 돌아가면 안 먹으면 섭섭하죠.
강릉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와이프는 마당에서 놉니다.
저는 저녁에 다시 운전을 하니 낮잠을 잡니다.
2022.07.19 - [보고서/사먹음] - 강릉 한우 구이 "옛터 고기집" - 소고기는 늘 맛있습니다
한 숨 자고 일어나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갈 시간입니다.
엊그제 저녁은 삼겹살을 먹었으니 오늘 저녁은 소고기.
흥청망청 써야 여행이라니까.
운전을 해야 하므로 마시지 못한 술이 아쉽습니다.
그래도 안전이 최고죠.
라고 고속도로 사고 2 관왕이 말하고 있습니다.
저녁 11 시.
차에서 기절한 아이들을 안고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눕힙니다.
어른들은 짐을 정리하고 샤워를 하고 12 시가 넘어야 침대에 몸을 뉘입니다.
즐거운 여행이 끝났으니 이제 자야죠.
그리고 돈을 벌어야 하니 5 시 30 분에 일어납니다.
피곤이 발목까지 내려온 느낌이군요.
잘 놀았으면 됐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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