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은 예전부터 단오가 유명했습니다.
단오가 뭐야? 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강릉 사람이라면 단오가 뭔지 모를 수가 없죠.
중요무형문화제 13호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어마어마한 규모의 난장이 있는 강릉 단오제가 있기 때문이죠.
강릉단오제는 민중의 역사와 삶이 녹아 있는 전통축제로 음력 4월부터 5월 초까지 한달 여에 걸쳐 강릉에서 펼쳐지는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축제이다. 강릉시 남대천 변을 중심으로 제례, 단오굿, 관노가면극 등과 같은 지정문화재 행사는 물론 공연, 체험행사, 전국 최대규모의 난장이 펼쳐진다. 강릉단오제는 지난 1967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2005년에는 문화적 독창성과 뛰어난 예술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
문화체육관 피셜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지역 축제랍니다.
항공샷을 찍을 능력은 없으니 강릉 단오 홈페이지에서 살짝 발췌.
남대천을 따라 쭈~~욱 펼쳐져 있습니다.
결혼한지 10년.
강릉집 며느리는 단오를 가 본 적이 없습니다.
가려고 하면 꼭 뭔 일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긴 코시국이 끝나가며 드디어 3년 만에 다시 단오가 열렸습니다.
어린 아들 둘이 있으므로 축제 구경은 꿈도 안 꿉니다.
서커스를 보러 가기로 합니다.
강릉 시민 비공식 단오장 입구.
잠수교 앞.
벌써부터 난장이 보입니다.
설레네요.
아들 둘이 얼마나 우리를 피곤하게 할지.
이 골목은 원래 상권이 있는 곳입니다만,
단오 때는 그런거 없고 감자전과 막걸리로 대동단결입니다.
중국집에서도 짜장면 안 팔고 감자전 팔아요.
강릉 말로 감재적.
작은 주차장 입구를 통과하자 사람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집니다.
여기는 그나마 사람이 적은 편.
오른쪽 구석에 살짝 보이는 대형 천막이 서커스장.
거기를 가기 위해 잠수교를 건너갑니다.
날이 매우 매말라 남대천에 물이 없네요.
곳곳에 보이는 주점들에 통돼지 바베큐가 돌돌 돌아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신기해 합니다.
예전에는 저 옆에 메추라기랑 참새구이도 있었는데 안 보이네요.
혐오 음식이 되었는지 구하기 어려워 그런지 모르겠군요.
그리고 입구에서부터 쉬지 않고 걸어 20 분.
동춘 서커스 매표소에 도착했습니다.
애들은 태어나 처음 보는 어마무시한 인파에 질렸는지 생각보다 조용하네요.
코시국 아이들의 인생 첫 난장판.
다만 다트 게임 앞에 있는 포켓몬 인형에 잠깐 정신이 홀린 사소한 일이 있었습니다.
공연은 1시부터 있다고 들었는데 1시 30분부터네요.
10시 30분까지 연속 공연인데 배우들의 컨디션이 괜찮은지 걱정입니다.
저거 2만 4천 명이 왔다 갔다는 말인가요.
참고로 표 밑에도 써져 있지만 안산 대부도에 상설 공영장이 있습니다.
처가가 시흥이라 상설 공연장까지 차 타고 30분인데 이 고생을 해야 하나 하는 의문이 잠깐 들었습니다.
하지만 단오장 구경도 목표였기 때문에 후회는 없습니다.
주변에 놀이 기구가 많습니다.
애들은 타고 싶다고 난리고 공연 시간이 아직 남았기 때문에 애들을 놀립니다.
회전 그네인 줄 알고 표를 샀다가 그거 아니라고 퇴짜 맞고 다시 표를 끊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와
높은 가격인데 생각보다 오래 태워줘서 돈 아까움이 희석되는 스윙거.
2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동춘 서커스.
어릴 땐 단오장에 동춘서커스 말고 이름이 기억 안 나는 다른 서커스까지 두 군데였어요.
이젠 한국에 동춘서커스 한 개만 남아있죠.
어릴 때 기억으로 가지고 있던 내용과 비슷한 공연이 펼쳐집니다.
오른쪽 큰 아령 모양 기구는 처음 보는 건데 저게 메인 공연이네요.
아이들은 처음에 신기해하면서 보다가
잠.
이러고 잠.
이 시끄러운 데서 잠.
한 시간 공연 중 40분을 잠.
돌아오는 길은 애들 들쳐업고 인파를 뚫고 돌아가는 험난한 길이었습니다.
다행히 중간에 화들짝 깨더니 포켓몬 인형을 찾습니다.
포켓몬 인형을 한 개씩 쥐어주니 얌전해졌습니다.
이때쯤 저는 이미 지쳐 사진이고 뭐고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 가득이었죠.
아 그래도 뽑기는 못 참지.
예전엔 잉어, 군함 이런 거였는데 피카츄라니, 세상이 많이 변했네요.
초딩 조카가 처음 보는 거라고 그래서 살짝 마음 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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