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서의 마지막 날.
늘 저녁을 먹고 돌아옵니다.
저녁을 먹고 출발하면 아이들은 차에서 꿀잠을 자고 차도 안 막혀서
휴게소를 들리지 않고 바로 집으로 올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는 것보다 맛난 저녁을 먹을 수 있기도 합니다.
그 맛난 저녁은 대체로 고기가 될 확율이 높습니다.
그리하여 옛터 고기집을 찾아갑니다.
누가 봐도 현지인만 찾아가는 집.
교동 택지에 위치해 있습니다.
교동 택지는 주차하기 까다로운 경우가 많습니다.
옛터 고기집은 맞은편에 주차장이 있습니다.
얼마전까지 슬리퍼로 갈아 신고 들어오라고 하셨는데
이번에는 그냥 신발 신고 들어오라고 하시네요.
평범한 동네 식당 비주얼.
환풍기가 불판 바로 위까지 올라와 있는 것이 아니라 개방감이 좋습니다.
한우와 삼겹살을 팝니다.
여기서 삼겹살은 먹어본 먹어본적 없네요.
늘 예약을 하고 한우특수부위를 먹습니다.
예약을 안해도 되는지는 모르겠군요.
방으로 들어와 앉으니 바로 반찬을 내어 주십니다.
불판은 돌로 추정되는, 나중에 요긴하게 써먹는 불판입니다.
고기집이 아니라 한식집 같은 반찬들입니다.
무심한 김치 플레이팅.
아이들이 사랑하는 애호박전과 분홍 소시지.
김치에 비해 정성 가득한 플레이팅.
사진은 못 찍었는데 아이들이 있다고 도시락 김도 주셨습니다.
그리고 두부 지짐.
원래 나오는지 아이들 때문에 주셨는지 모르겠네요.
아이들이 있는 테이블에만 주신 걸 보면 아이들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왜 고기를 멀리서 찍은 사진밖에 없을까요.
첫째가 벽에 난 조그만 구멍이 무섭다고 자꾸 칭얼거려서 그랬나 봅니다.
큼지막한 비계 덩어리로 불판에 기름칠을 하고 고기를 올립니다.
어떤 부위인지 물어보진 않았는데,
차돌박이, 토시살, 업진살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소금과 쌈장, 파채.
그리고 그 위에 올려진 차돌박이 아니면 우삼겹인 고기 한 점.
저는 요즘따라 그렇게 차돌박이가 맛있더라고요.
뜨거운 불판에서 잘 구워지는 고기들.
쫄깃한 식감과 육향이 살아있습니다.
다만 아이들은 살짝 질겨하네요.
저희 아이들이 좀 까다롭습니다.
일 년 전까지만 해도 삼겹살도 질기다고 한 놈들이에요.
너무 곱게 키웠어.
등심 추가.
사실 소고기는 등심이 제일 맛있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고 가장 많이 팔리는 고기가 제일 맛있는 법입니다.
그게 바로 자본주의 사회인 것입니다.
고기를 잘 먹었으면 후식을 먹어야죠.
한국인의 공식 디저트인 밥을 먹기 위해
나중에 요긴하게 써먹는 불판에 된장찌개를 끓입니다.
바글바글 끓고 있는 된장찌개.
이건 맛이 없을 수가 없죠.
평소에는 고기 먹을 때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기 위해 밥을 잘 먹지 않는데,
저희 부모님은 반드시 된장찌개와 밥을 드십니다.
저도 오랜만에 먹어보니 비로소 저녁을 먹었다는 기분이 드네요.
탄수화물을 먹어야 성격이 온화해집니다.
잘 놀다 잘 먹고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네요.
덕분에 고향집에서 잘 지냈다는 의미로 계산은 제가 해야죠.
글을 쓰며 사진을 보니 고기가 먹고 싶네요.
오늘 저녁은 차돌박이를 사다 먹어야겠어요.
그럼 이만,
고기 사진 별로 없는 고깃집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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