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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스 김치나베 "호천당 하남 미사점" - 두꺼운 돈까스와 김치찌개의 만남

날고싶은병아리 2022. 7. 22. 08:00

살다 보면 갑자기 먹고 싶어지는 음식이 있습니다.

 

재택 할 때였을 거예요.

어느 날, 갑자기, 뜬금없이, 돈까스 김치나베가 먹고 싶어 졌습니다.

 

나 돈까스 김치나베가 먹고 싶어 라고 와이프에게 말하자

돈까스 김치나베가 뭔데? 하고 물어봅니다.

 

돈까스 김치나베를 몰라?

왜 그걸 모르지 생각하며 설명을 합니다.

 

그거 김치찌개 같은 나베에 돈까스가 올라가 있는 거야.

 

김치찌개로 나베를 만들었는데,

심지어 거기에 돈까스를 올려 먹는다고?

 

와이프의 심정.

 

가만히 생각해봅니다.

돈까스, 김치찌개, 나베.

무엇하나 어울리는 단어가 없습니다.

 

대학생 시절 저에게 김치 피자 탕수육을 설명하던 친구의 심정이 이랬을까요.

 

왜 돈까스를 굳이 눅눅하게 그렇게 먹어?

하고 물어보는 와이프에게

그럼 너는 왜 탕수육을 부어먹냐?

라고 반문합니다.

 

아니 그거랑은 다르…

튀긴 만두도 떡볶이 속에 넣어 먹더만.

 

너는 찍먹파라면서 왜 돈까스 김치나베를 먹고 싶어 하는데.

아니 그거랑은 다르…

 

잠시 가정의 평화를 위한 침묵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편견은 사람을 편협하게 만듭니다.

서로의 취향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호천당 하남 미사점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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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천당 하남 미사점입니다.

 

호천당

모든 음식점은 맛으로 승부를 하고 있습니다.

근데 이겼는지 졌는지는 안 적어두셨네요.

그게 중요하잖아.

 

호천당

자리에 안장 사랑과 전쟁 같은 주차로 인해 지친 마음을 잠시 달래 봅니다.

 

주차장이 올라가는 길이 왕복 1 차선.

누군가 내려오면 올라가는 사람은 후진 후 내려오는 차가 빠져나갈 때 까지 기다렸다 올라가야 합니다.

저는 그걸 3번 반복.

 

지옥불카레정식

주차를 하고 난 심정 같아서는 지옥불카레정식을 먹고 싶지만

오늘 목적은 그게 아니기 때문에 참습니다.

 

메뉴판

찾았다!

돈까스 김치나베.

메뉴판에 쓰여있는 이름은 김치 가츠나베네요.

같은 뜻인데 미묘하게 좀 더 일본 요리 같군요.

 

메뉴판

주룩주룩 내리는 비로 날이 쌀쌀합니다.

그래서 와이프는 가케우동을 시켰습니다.

 

 

메뉴판

돈까스 메뉴를 구경합니다.

어떤 건 돈가스이고 어떤건 가츠네요.

돼지가 아니면 가츠인 건가요.

근데 왜 돈까스 김치나베는 김치 가츠나베인건가요.

 

메뉴판

메뉴판을 보며 헛소리 스택을 쌓는 건 즐겁습니다.

 

가케우동

가케우동이 먼저 나왔습니다.

저 빈 그릇은 왜 주는 걸까요.

내가 뺏어 먹게 생겼나.

 

우동 맛은 꽤 준수합니다.

듬뿍 들어간 튀김 부스러기와 유부가 국물을 고소하게 만들어 줍니다.

뺏어 먹었구만.

 

김치 가츠나베

돈까스 김치나베, 아니, 김치 가츠나베가 나왔습니다.

우동에 비해 쟁반이 꽉 차네요.

 

영수증은 제가 받았습니다.

남자에게 영수증을 주는 문화는 근절돼야 합니다.

 

양배추 샐러드

돈까스 집의 풀떼기, 양배추 샐러드.

 

깍두기, 단무지

깍두기, 단무지.

발효 풀떼기, 절인 풀떼기.

 

김치 가츠나베

중앙에 날계란이 올라가 있군요.

메뉴판엔 그런 거 안 보였던 거 같은데.

 

열기로 반쯤 익긴 했는데

날계란을 딱히 좋아하진 않아 휘적휘적 저어 익힙니다.

 

김치 가츠나베

돈까스가 두껍네요.

상당히 두꺼워요.

왜 이렇게 두꺼울까요.

 

그냥 돈까스였다면 와사비나 소금에 찍어 먹으면 맛있겠군요.

두꺼운 돈까스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게 먹으면 맛있습니다.

 

돈까스 두꺼워 그런가 먹다보니 살짝 퍽퍽합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며 국물에 불어 그렇게 나쁘지는 않네요.

 

국물은 얼큰한 김치 짜글이 맛.

맵기는 진라면 매운맛 정도.

 

오랜만에 돈까스 김치나베를 먹으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먹고 싶은걸 먹을 수 있다는 건 축복과 같은 일입니다.

 

그래도 탕수육은 찍먹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