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연휴 일정을 잡으면 비 소식이 있네요.
그래도 잡아 놓은 약속을 어길 수 없으니 갑니다. 강릉.
누나네랑 부모님 댁 마당에 텐트를 치고 고기를 구워 먹기로 했거든요.
아무튼 갑니다. 강릉.
강릉 하면 역시 장칼국수.
강릉 시민의 향토 음식, 장칼국수.
커피 아니고 짬뽕순두부 아니고 장칼국수.
강릉인이면 무조건 장칼국수.
중고딩 때 집이 근처이기도 하고 예전부터 강릉 사람들에게 유명한 집이 있습니다.
금학칼국수.
1970년대 즈음부터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금학동에 있어 금학칼국수라는 단순한 네이밍.
어느 방송국에서 찾아오더라도 방송을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죠.
덕분에 관광객들에게 꽤 오랜 시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관광객이 너무 많아 현지인들도 가기 힘든 집이 되어버렸지만요.
금학칼국수에는 주차장이 없으니 외부 주차장을 이용해야 합니다.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주변에 유료 주차장이 많아요.
일반적으로 가격은 30분에 1,000 원.
아무튼 주차를 하고 룰루랄라 걸어갑니다.
고맙게도 온다는 비는 계속 뒤로 밀려 살짝 우중충한 게 덥지 않아 좋네요.
들어가는 골목은 세 군데 정도 되지만 제가 주차한 주차장과 가장 가까운 신영극장 쪽 버스 정류장 뒤 골목으로 들어갑니다.
정겨운 골목 입구에 금학칼국수 입간판이 보입니다.
벌써부터 사람들이 얼마나 줄 서 있을지 콩닥콩닥 하네요.
1시가 안 된 살짝 이른 시간이라 좀 적기를 기대해봅니다.
입구가 보입니다.
입구 밖으로 줄이 없으니 만족스러운 혼잡도네요.
저 돌담과 입구는 참 누가 봐도 칼국수집 정겹죠.
다섯 팀 정도 보입니다.
회전율이 굉장히 높은 곳이므로 조금만 기다리면 되겠네요.
번호표는 없고 그냥 줄 서서 기다려야 합니다.
기다리는 시간은 심심하므로 주변 사진을 찍어봅니다.
대기 줄이 늘 있는 편이라 여름을 대비해 차양막도 설치해 놓으셨네요.
예전 화장실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저 정도면 감지덕지라고 생각하시겠만 좀 열악합니다.
역사와 전통이 느껴지는 가게 내부예요.
기본적으로 방으로 분리되어있고 외부 테이블도 두세 개 정도 있습니다.
참고로 건물 오른쪽으로 쭉 들어가면 방이 더 있습니다.
방은 7번까지 있던가 8번까지 있던가 가물가물하네요.
방은 2 인실부터 12 인실까지 다양하게 있습니다.
물은 셀프로 바뀐지는 꽤 오래됐습니다만, 김치도 셀프로 바뀐지는 몰랐네요.
항상 쟁반에 같이 주셨는데 더 달라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남기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귀찮아서 그런가 아무튼 셀프가 됐네요.
그렇게 됐네요.
멀리 보이는 단촐한 메뉴판.
장칼국수 말고 콩나물밥도 있습니다.
저는 잘 안 먹는데 예전부터 콩나물밥도 유명한 집이에요.
그리고 가격은 선불.
장칼국수, 콩나물밥 모두 8,000 원.
찔끔찔끔 가격이 조금씩 오르더니 8,000 원이네요.
요즘 물가를 생각해보면 비싸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가격입니다.
그래도 가격 인상 속도가 꽤 빠르네요.
주방 입구에서 주문 후 계산하고 방으로 들어가면 금방 가져다줍니다.
물과 김치는 셀프니까 신발 다시 신기 싫으면 방 들어가기 전에 챙겨야 해요.
드디어 입 to the 실.
9 명이라 12 인실로 배정받았습니다.
모든 방이 이런 몰골입니다.
신문지로 계속 덧붙이기도 하시더니 이젠 그냥 방치된,
벽과 천장 할 것 없이 낙서로 가득 찬 그런 방이라 음식을 기다리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자꾸 옛날 얘기하면 늙은 거라던데
미리 필기구를 챙겨가면 빈 공간을 찾아 낙서를 해도 됩니다.
저희는 갈 때마다 볼펜을 안 챙겨 애들한테 맨날 혼나죠.
아이들과 갈 예정이면 볼펜 하나 챙겨 가세요.
금학칼국수 시그니쳐 김치.
시큼한 맛이 강하고 맛있다기보다는 이 집 칼국수와 잘 어울립니다.
이 신김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제 주변에서 본 적은 없습니다.
자리에 앉자 금방 장칼국수가 나왔습니다.
반가운 빨간 칼국수.
대학교 입학하고 강릉을 떠나 강릉 친구와 다른 칼국수 집에 갔다가,
왜 칼국수가 하얀색이지 하고 당황했던 그런 기억이 있을 만큼 강릉에서는 너무나 평범한 빨간색.
이제는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희미하지만 오랜만에 가족들과 둘러앉아 먹으니 추억이 샘솟습니다.
예전에는 감자가 많이 들어 있었어요.
점점 양이 적어지더니 오늘은 감자가 없네요.
감자가 많이 들어 있어야 걸쭉하고 맛이 묵직한 게 더 맛있는데 점점 변해가는 맛이 살짝 아쉬워요.
계란도 더 많이 있었는데...
대신 뒷맛은 더 깔끔해졌다고 애써 포장해봅니다.
그렇게 맛이 변했다고 온 가족이 입을 모아 말해도 우리 가족은 늘 금학칼국수에 옵니다.
강릉에 오면 할머니 집에 가기 전에 반드시 금학칼국수에서 장칼국수를 먹어야 하는 조카들과
결혼하고 처음 먹어본 장칼국수가 너무 맛있어 김 한 봉 챙겨 가면 밥에 김을 싸 칼국수와 같이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된 아들 둘이 자랑스러운 와이프는
다른 장칼국수 집은 맛이 별로라며 꼭 금학칼국수에 옵니다.
그리고 저도 이 금학칼국수가 입에 제일 잘 맞아요.
'보고서 > 사먹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충무로 순대국 "동막골" - 아저씨 밥집 (0) | 2022.06.09 |
---|---|
강릉 구움과자, 커피 "밀로밀당" - 예쁘고 맛있는 카페 (0) | 2022.06.08 |
충무로 차돌양지 쌀국수 "파파포" - 양도 많지만 리필도 해줍니다. (0) | 2022.06.02 |
상일동역 치킨, 닭발 "나주당" (0) | 2022.05.30 |
충무로 순대국 "진땡이순대국" (0) | 2022.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