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해먹음

바삭하고 짭쪼름한 감자튀김 만들기

날고싶은병아리 2022. 7. 26. 07:19

감자

이것은 감자입니다.
제 주먹보다 크군요.

2022.07.20 - [기록/일상] - 강릉 · 삼척 가족 여행기

 

강릉 · 삼척 가족 여행기

몇 년 전 둘째가 태어나기 전 쏠비치 삼척에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이후 다시 가고 싶었지만 둘째가 태어나고 이사를 하고 코로나가 터져 다시 못하고 있었죠. 이제 코로나가 조금 잠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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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고향집 텃밭에서 캐온 싱싱한 감자입니다.
집에 감자가 많이 생겼으니 알뜰하게 다 먹어야 합니다.

아니, 그 감자 말고.

아이들이 저녁을 먹는 사이,
후식으로 먹을 감자를 튀길 생각입니다.

감자

껍질을 잘 깎습니다.

움푹 들어간 부분은 감자칼로 잘 안 깎이는데 괜찮습니다.
채 썰고 나서 잘라내도 됩니다.

사실 껍질 채 튀겨도 상관없습니다.

감자 채썰기

적당한 크기로 채 썹니다.
적당한 크기는 적당한 크기입니다.

너무 가늘지도 두껍지도 않은 크기가 바로 적당한 크기죠.

전분 빼기

차가운 물에 담가 전분을 빼줍니다.

국산 감자는 대부분 전분이 많아 튀김용으로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바삭한 감자튀김은 전분이 적어야 합니다.
그러니 물에 담가 전분을 빼줘야 합니다.

저 감자는 어떤 품종인지 모르겠군요.
생산자인 저의 어머니도 어떤 품종인지 모르고 키우셨데요.

전분 빼기

1 ~ 2 분 담가 놓고 몇 번 휘적휘적 저어주고 물 버리기를 약 3 ~ 4 회 하면 결국 맑은 물이 됩니다.

물기 빼기

채반에 넣고 물기를 잘 제거해줍니다.
어차피 튀김 옷을 입힐 예정이라 대충 털어줍니다.

옥수수 전분

유통기한이 약 3 년 정도 지난 옥수수 전분입니다.

괜찮습니다.
먹어도 안 죽습니다.
옥수수 전분은 유통기한이 지나도 보관만 잘하면 무기한 사용 가능한 대표적인 식품이죠.

감자 전분을 사용해도 되지만,
옥수수 전분이 튀겼을 때 좀 더 바삭합니다.

전분 물 묻히기

감자튀김은 감자에 전분이 많으면 안 되지만
전분을 따로 묻히는 아이러니한 요리입니다.

전분을 물에 묽게 풀어 대충 사진과 비슷하게 묻혀줍니다.
이게 감자에 묻은 건가 싶은 정도면 훌륭합니다.

사실 전분을 안 묻혀도 됩니다.
하지만 좀 더 바삭한 감자튀김을 원한다면 전분을 묻혀주세요.
누구나 집에 굴러다니는 유통기한 지난 옥수수 전분 한 봉지쯤은 있잖아요.

테스트 튀김

기름에 감자는 넣어봅니다.

아직 살짝 열이 약한 상태군요.
하지만 너무 온도를 높이면 겉은 타고 속은 안 익은 무시무시한 상태가 됩니다.
저는 튀김을 할 때 저희 집 인덕션 기준으로 4 ~ 5 단 정도로 맞춥니다.

 

 

튀기기

열이 잘 올라오면 본격적으로 감자를 넣습니다.
전분 튀김옷은 서로 잘 달라붙기 때문에 지그재그 모양으로 넣어야 합니다.

붙은 감자들은 무리하게 떼어내지 말고 튀김옷이 단단해질 때까지 가만히 놔두세요.
그러면 잘 떨어집니다.

튀기기

거품이 많이 사라지고 기름이 얌전해지면 건져 냅니다.
색은 중요하지 않고 속까지 익었는지가 중요합니다.

감자 튀김

완성되지 않은 감자튀김입니다.
체망에 올려 탈탈 털어줍니다.
기름을 털어내는 게 아니라 찬 공기를 만나게 하여 빨리 식게 만드는 게 목적입니다.

감자 튀김

키친 타월을 몇 장 깔고 채반에 넣고 가만히 나눕니다.
감자가 식으면서 눅눅해지면
인덕션을 6 정도 되도록 기름 온도를 올리고 다시 넣고 튀깁니다.

식으면서 빠져나온 수분을 다시 날리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이래야 바삭함이 오래가는 감자튀김이 완성됩니다.

튀기기

네, 아까랑 같은 사진입니다.
다시 튀길 때 사진을 못 찍었어요.
감자 튀기느라 정신이 없으면 그럴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뒤에서 감자튀김이다 소리 지르면서 흥분해 날뛰기 시작하면 더 그렇습니다.

오래 튀길 필요는 없습니다.
적당히, 타지 않도록, 바삭해지기만 하면 꺼내면 됩니다.

다시 채망에 넣고 탈탈 털어 기름기를 제거해줍니다.
적당히만 털면 남은 기름은 감자 속으로 다시 들어갑니다.

튀김은 원래 그래요.

히말라야 핑크 솔트

불순물이 많이 들어가 붉은색이 나는 히말라야 핑크 솔트입니다.
맛소금을 사용해야 더 맛있지만
그라인더로 간 아주 가는소금을 사용하고 싶어 히말라야 핑크 솔트를 써봅니다.

다 없다면 그냥 소금도 괜찮죠.

굵은소금은 안됩니다.

감자 튀김

소금을 잘 버무려주면 감자튀김 완성.
양이 적어 보이지만 똑같은 작업을 4 번 하면 양이 많아집니다.

감자 튀김

바삭바삭 한 감자튀김이 느껴지시나요.
노력은 결과를 배신하기도 하지만 멋진 선물을 주기도 합니다.
바로 저 감자튀김처럼 말이죠.

감자 튀김, 맥주

저녁을 먹고 나서 후식으로 감자튀김을 신나게 먹는 아이들을 보니
노력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노동이었습니다.

하, 씨, 맛있네, 바삭바삭하네. 햇감자라 그런가. 나도 맥주 하나 꺼내 줘.
라고 먹는 와이프를 흐뭇하게 바라봅니다.

다이어트 중인 와이프를 응원하기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노동이었군요.

다음에는 전을 지져야겠습니다.
강릉 남자가 지져주는 감자전은 못 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