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들이 저녁 먹다 토를 하네요.
우유를 먹다가도 토 했습니다.
양치를 하다가도 토 했어요.
망했네요.
아이들은 장염에 걸리면 대부분 토를 한다고 하네요.
장염이겠죠.
장염일 거예요.
설마 식중독은 아니겠지.
둘째는 형이 토를 하는 모습을 보더니 멋져 보였나 봅니다.
옆에서 복식으로 기침을 억지로 하더니 토하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너희들 진짜 왜 그러니.
누굴 닮은 거야.
네! 접니다!
다음날 아침, 병원에서 장염 판정을 받아왔습니다.
뱃속에서 꾸륵꾸륵 폭풍우가 치는 소리가 들린다네요.
멋지다. 내 아들이 폭풍을 품고 있는 남자라니.
그래도 다행히 첫째만 장염이라네요.
둘째는 혼자서 토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남자가 되었네요.
외출과 외식 계획은 모두 철회되었고,
삼시세끼 죽으로 모든 메뉴가 통일되었습니다.
죽 집에서 사다 먹으면 편하지만 이틀 내내 죽을 사다 먹을 수 없죠.
그래서 죽을 만듭니다.
맛도 좋고 소화도 잘되는 참치 야채 죽.
집에 굴러다니는 파, 당근, 양파를 적당한 크기로 다집니다.
양파를 썰다 나오는 눈물은 아들이 아프기 때문에 나오는 강한 부성애의 발현입니다.
한 박스 사다 놓고 급하게 밥이 필요할 때 쓰다가 슬슬 유통기한 다가와 조금씩 소모해야 하는 오뚜기 밥과
잘 안 먹는데 그래도 가끔 필요해 사다 놓는 참치를 꺼냅니다.
그리고 부실한 토핑과 맛을 살려주는 구원 투수 같은 밥이랑.
장염에 걸린 아들을 위해 참치 캔을 뜯어 뚜껑을 살짝 누르고 기름을 버립니다.
그리고 물을 넣고 두 번 더 걸러냅니다.
캔 따는 소리를 듣고 달려와 냥냥 거리는 두냥이는 가볍게 무시합니다.
냄비에 물을 끓입니다.
처음 물 양은 정수기가 정해줍니다.
연속을 누르면 나오는 550 ml.
연속이 아니라 라면이라고 인쇄해 놨어야 하는 거 아닐까.
물이 끓지 않아도 바로 오뚜기 밥 두 개를 바로 넣습니다.
다진 야채도 바로 넣습니다.
저 파는 마지막에 넣어야 색감이 더 좋겠지만 소화가 잘 되라고 같이 넣습니다.
사실 귀찮아서 그런 겁니다.
참치도 넣습니다.
두냥이가 삐졌습니다.
잘 섞어서 중불에 끓입니다.
물이 졸아들면 물을 계속 보충해 넣으며 끓입니다.
밥이랑을 넣을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부실한 비주얼과 부족한 감칠맛을 메우기 위해 넣습니다.
물을 계속 넣으며 약불과 중불 사이 그 어딘가에서 끓이면서
간간이 간을 보며 소금을 간간히 넣어줍니다.
이렇게 물 1 리터 쯤 먹고 잘 자라면 양이 두배가 됩니다.
처음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많이 나죠?
밥은 생각보다 물을 잘 흡수하는 아이예요.
마지막으로 장모님이 보내주신 맛있는 참기름을 살짝 넣으면 더 맛있어집니다.
이제 시리얼 볼에 예쁘게 담아주면,
저는 싱거운데 와이프는 짜다고 하는 슈뢰딩거의 참치 야채 죽이 완성됩니다.
물에 씻은 깍두기를 반찬으로 참치 야채 죽을 담아 줍니다.
전날 저녁부터 제대로 먹은 게 없어 냠냠 잘 먹네요.
그리고 어른도 죽을 먹습니다.
오뚜기밥 두 개로 어른 둘 아이 둘 먹기에는 양이 적지만 이럴 때 적게 먹어야 살이 덜 찌죠.
그리고 이틀간 밖에도 못 나가고 아이와의 사투가 예정되어 있군요.
저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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