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에 사는 친구의 집들이가 있는 날입니다.
남자들의 집들이는 술과 고기를 목적으로 한 핑곗거리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집 구경은 살짝 하고 술과 고기를 찾아 떠나는 게 합당합니다.
누군가 단톡방에 글램핑을 가자고 제안합니다.
그리고 당진 사는 아저씨의 추천으로 글램핑을 예약하기로 합니다.
초락나루 펜션&글램핑.
바베큐와 아침을 제공한답니다.
밥하기 귀찮은 아저씨들에게 딱 안성맞춤이군요.
기준 인원 2 인 22,9000 원. (최대 4인)
추가 인원 30,000 원(어른).
장작비 20,000 원.
4 명이 모일 지 6 명이 모일지 모릅니다.
다들 먹고살기 바빠 시간을 내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일단 2 개를 예약합니다.
그리고 집들이 날.
5 명이 모였습니다.
서로 간의 짧은 안부와
왜 이렇게 늙었어. 세월이 오면 좀 피해지.
건강을 걱정하는
너야말로 뱃살 좀 빼라. 참치가 부러워하겠네.
훈훈한 집들이를 무사히 마칩니다.
잠깐 마트에 들러 술과 간식을 사고 초락나루에 도착했습니다.
체크인 장소를 못 찾아 조금 헤맵니다.
나이가 들면 안내를 잘 못 봅니다.
봐도 금방 잊어 먹습니다.
매점에 들어가 물어봤더니 매점에서 체크인을 하신다네요.
간단한 간식과 라면이 준비되어 있군요.
추가 인원과 바베큐를 위한 장작에 대한 비용을 추가로 냅니다.
물어보니 굳이 불편하게 자고 싶다고 한다면 6 명이 자기도 한답니다.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잠자리가 편해야 다음 날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체크인을 했으니 글램핑 장소로 가봅니다.
펜션은 바베큐 장소가 따로 있지만, 글램핑은 바로 앞에서 하면 됩니다.
안내를 해주시며 고양이가 많으니 고기 구울 때 고양이를 조심하라고 하네요.
베이지색 고양이가 고기를 훔쳐가기도 한다고 합니다.
두 개를 마주 보게 예약했지만,
하나는 잠과 짐 보관용으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침대, 에어컨, 테이블, 선풍기, 냉장고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6 명이 자려면 서로 간의 우정이 굉장히 돈독해야겠군요.
침대는 어른 두 명이 자기에는 충분한 크기.
바닥에서 잘 사람들 위한 여유분의 이불.
그건 왜 가져왔니.
여기서까지 게임을 해야 하니.
친구들은 이미 방 안에 들어앉아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만
저는 블로그를 해야 하므로 꽤 넓은 사이트를 둘러봅니다.
스마트폰에 중독되지 않은 깨끗한 영혼을 위한 깨끗해 보이지 않는 놀이기구.
전기 파리채인 줄 알았으나 자세히 보니 배드민턴채였던 건에 대하여.
노안이 왔나.
전통놀이와 야바위의 중간쯤 그 어딘가.
어, 나 이거 어디선가 봤는데.
모던 워페어 II 였나.
아이 없이 온 아저씨는 물놀이장 사진 찍기 부끄럽습니다.
잡혀갈 수 있어요.
텐트로 돌아오자 고기 장발장으로 추정되는 베이지색 고양이가 반깁니다.
아까는 안 보이던 고양이가 자꾸 나타납니다.
삼색이는 99.99% 확률로 암컷입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군요.
세상만사 귀찮은 표정을 보아하니 5 살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새끼 고양이는 사람을 조금 무서워합니다.
하지만 어른 고양이보다 조금 더 귀엽습니다.
고양이를 구경하다 화장실로 가봅니다.
펜션을 화장실로 개조했다고 합니다.
원래 펜션에 있던 기본 화장실.
거실이었던 그곳에 마련된 두 개의 추가 화장실.
좌변기와 샤워기가 안에 있습니다.
고양이가 점점 늘어납니다.
저녁 시간이 다가와서 그런가 봅니다.
드디어 사람과 고양이가 기다리던 밥시간.
떡갈비는 귀찮으므로 패스합니다.
삼겹살과 목살.
직화로 굽기에는 목살이 편하지만,
삼겹살이 더 맛있습니다.
저는 직화로도 삼겹살을 잘 굽습니다.
소시지와 밥도 있습니다.
밥을 먹을 시간에 고기를 한 점 더 먹어야 합니다.
마늘과 소스가 있네요.
인간성 유지를 위해 마늘을 꾸준히 섭취해야 합니다.
아니면 곰이 되거든요.
아까 매점에 왔을 땐 몰랐는데, 아이스크림도 있네요.
그 위에 고추와 상추가 있습니다.
요즘 상추가 비쌉니다.
많이 드세요.
전 고기만 먹을 거예요.
세팅이 끝났습니다.
극도로 절제된 아저씨들의 밥상.
고기는 제가 굽습니다.
저 인간들에게 고기를 맡겨 태우느니 제가 굽는 게 마음이 편합니다.
하지만 제가 구운 삼겹살을 보세요.
이 정도면 고기 굽기 장인 아닙니까.
잘 익어가는 고기들.
고기를 계속 가져다 먹습니다.
슬픈 눈동자의 고양이.
고양이들이 이 텐트 저 텐드 돌아다니며 고기를 얻어먹고 있네요.
무한 리필 고기라 그런지 다들 인심이 넉넉합니다.
저도 한 번 고기를 몇 점 던져줍니다.
이미 다른 텐트에서 고기를 꽤 많이 줘서 배가 부를 텐데도 잘 모여듭니다.
제가 고기를 너무 맛있게 구워서 그런 걸 거예요.
환풍기가 있는데 무쓸모입니다.
며칠간 찔끔찔끔 내린 비 때문에 장작이 살짝 젖었나 봅니다.
연기가 꽤 올라옵니다.
장작을 애매하게 넣으면 화생방이 따로 없습니다.
화력이 남아 있을 때 미리 장작을 넣으세요.
혼자서 양주 반 병 마시고 취한 아저씨 하나가 고양이와 접견을 시도하네요.
고양이도 취향이 있을 지언데.
10 시부터는 매너 타임입니다.
아이들이 자야 할 시간이죠.
사방이 조용해집니다.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아저씨를 텐트에 던져 넣고,
다른 텐트로 이동해 야경과 수다를 즐기다 잠을 자러 들어갑니다.
늙어서 아침잠이 없어진 아저씨들은 일찍 일어납니다.
하지만 인사불성이었던 아저씨는 아직 부활하지 못했지요.
매점에 가면 아침을 줍니다.
간신히 인간 몰골을 하게 된 아저씨를 데리고
그래도 밥을 먹어야 살아난다며 강제로 밥을 먹입니다.
육개장이 맛있다고 누군가가 추천했는데 조금 싱겁습니다.
다른 반찬은 맛이 썩 나쁘지 않습니다.
속이 안 좋은 아저씨는 밥을 먹다 자꾸 화장실로 갑니다.
그 아저씨를 차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다른 아저씨가 불안해하는군요.
날이 좋습니다.
이제 집으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네요.
살기 바빠 일 년에 한 번 만나기 어려운 친구들은 전혀 아쉬워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게 바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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