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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직화 쭈꾸미 불고기 "충무로 쭈꾸미 불고기" - 쭈꾸미, 낮술 그리고 폭우

날고싶은병아리 2023. 8. 23. 12:17

날이 우중충한 어느 날입니다.

와이프가 점심때쯤 회사 근처에 온다 그래서 빠른 퇴근을 시도해 봅니다.

 

점심 메뉴를 고민하다 문득 오며 가며 본 쭈꾸미 집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와이프 지인이 그 집이 맛있다고 추천해 준 기억을 뇌 주름 사이에서 끄집어 내봅니다.

점심 메뉴는 그렇게 정해졌습니다.

 

 

충무로쭈꾸미불고기 충무로본점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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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 쭈꾸미를 직화 불고기로 파는 "충무로 쭈꾸미 불고기" 입니다.

정직한 간판 정직한 메뉴 정직한 제목.

 

충무로역 5번 출구에서 오른쪽 골목으로 꺾어 들어오면 됩니다.

 

충무로 쭈꾸미 불고기

이 가게 앞을 상당히 많이 지나가도 가보지는 못했는데 그 이유는 회사 동료들이 매운 음식을 못 먹기 때문입니다.

 

충무로 쭈꾸미 불고기

한창 점심시간인 오후 1시.

저희는 쭈꾸미를 구우러 왔습니다.

 

메뉴

메뉴는 간소하게 쭈꾸미와 키조개 관자, 그리고 볶음밥입니다.

 

키조개라고 써져 있는 메뉴는 실제로는 관자입니다.

추가 설명이 "가이바시" 라고 있지만 저거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가이바시라" 는 일본어로 관자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저도 찾아봤어요.

 

우리 모두 한글을 사랑합시다.

아니 한글로 써져 있긴 한데, 어, 그러니까, 한국어를 사랑합시다.

 

아무튼 쭈꾸미를 먹으러 왔지만 일단 모둠을 시킵니다.

 

점심시간이라 대부분 볶음밥을 드시고 계시지만,

간간히 불판에 쭈꾸미를 굽고 계신 테이블도 있네요.

 

반찬

반찬입니다.

야채값이 어마무시하던데 야채가 나오네요.

 

콩나물국

콩나물국이 나왔다는 건 매운 음식이라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매운맛을 사랑하는 잠정적 위염 환자로서 상당히 기대가 되는 순간이군요.

 

 

일그러진 우리들의 불판

빠르게 세팅되는 숯과 불판.

불판을 삐딱하게 올려주시네요.

 

웅성웅성...

 

이거 일부러 이렇게 주신건가 실수인 건가 와이프와 심도 깊은 토론을 해봅니다.

바쁘다 보니 그러신 거다 0.5 표, 경력이 얼만데 일부러 그러신 거다 0.5 표.

긴가민가했다는 말입니다.

 

슬쩍 불판을 중앙으로 밀어보았더니

직원분이 다시 원상복구 시키더니 "옆으로 놓으셔야 해요" 하고 지나갑니다.

 

음... 역시나 역시였군.

뭔가 이유가 있겠죠.

 

쭈꾸미 불고기

쭈꾸미와 키조개 모둠입니다.

빨간 양념이 꽤나 매워 보입니다.

 

쭈무미 불고기, 키조개 관자

오랜만에 숯불 위에 올라간 쭈꾸미를 바라보니 마음이 벌써 흐뭇하군요.

 

근 10 년 전까지만 하더라고 직화 쭈꾸미를 파는 가게가 천호 쭈꾸미 골목에 간간히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유행이 아닌지 모조리 다 사라졌습니다.

 

기억과 추억과 취향이 10 년 전에 멈춘 올드보이 같은 사람들이라,

직화 쭈꾸미를 애타게 찾았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마주하게 되네요.

 

쭈무미 불고기, 키조개 관자

양념 때문에 익었는지 긴가민가합니다.

쭈꾸미와 관자는 긴가민가하면 먹어도 됩니다.

특히 관자는 오래 구우면 질겨요.

 

소주

참 眞(진), 이슬 露(로)

참이슬, 진로를 한 병 주문합니다.

잔을 참 고급지게 서빙해 주시네요.

 

소주가 제로슈거네요.

소주에는 원래 설탕이 안 들어갑니다만...

예전에는 사카린을 썼고 요즘은 아스파탐을 씁니다.

소주는 원래 제로슈거였어요.

 

칼로리도 일반 소주 400칼로리 제로슈거 310칼로리 정도니까

굳이 표기를 하자면 "진로 라이트" 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엿한 꼰대 같은 멘트를 속으로 삼켜봅니다.

 

쭈꾸미, 관자

잘 구워진 쭈꾸미를 쌈으로 한 쌈 먹고 소주를 한 잔 딱.

평일 점심시간 직장인들 사이에서 낮술을 하는 배덕감이 멋진 소스가 되어줍니다.

 

쭈꾸미는 생긴 외모와 달리 매운맛이 약하네요.

맵찔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만한 정도입니다.

 

 

불판의 정체

쭈꾸미와 관자를 맛있게 먹고 있다 보니

안 탄 부분으로 구우라고 불판을 쓱 돌려주시고 지나갑니다.

 

유레카!

이런 깊은 뜻이 있었다니.

 

볶음밥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탄수화물, 볶음밥.

인간의 온화함과 자애로움은 탄수화물에서 나오는 거예요.

 

볶음밥

쭈꾸미 구이에 대가리(동물의 머리를 이르는 말)가 적다 했더니 볶음밥에 활용하시는 모양입니다.

 

된장찌개

볶음밥을 시켰더니 된장찌개도 나왔습니다.

 

충무로 쭈꾸미 불고기

볶음밥 덕분에 테이블이 푸짐해졌고

제 마음도 푸짐해지고 제 뱃살도 푸짐해지겠죠.

 

뭐라도 하나 푸짐하면 행복한데 모조리 다 푸짐하니 행복하군요.

아냐, 그중 하나는 푸짐하면 안 돼.

 

카페 온더플랜

그리고 반쯤 취해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근처 온더플랜이라는 카페에서 후식을 한 잔 마십니다.

몇 번 커피만 먹어본 카페였는데 치즈 어쩌고 바크 어쩌고 케이크 어쩌고는 맛있었습니다.

묘하게 케이크 이름을 다 쓴 기분이네.

 

맛있는 점심과 간식을 잘 먹었으니 집으로 돌아가 일상으로 복귀할 시간입니다.

그래도 반차를 쓴 덕분에 둘째 아들 하원은 같이 할 수 있겠군요.

빵긋 웃을 둘째를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유명하다는 빵집에서 빵을 사갈까 고민해 봅니다.

 

폭우

그리고 폭우를 만남.

제길 빵은 무슨 빵이냐.

왜 연차만 쓰면 비가 내려.

내가 무슨 날씨의 아이도 아니고.

 

그래도 폭우 때문에 오랜만에 와이프랑 쪼끄만 양산 아래서 꽁냥꽁냥 걸어가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