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 장마가 지나고 이제 날이 꽤 더워졌네요.
이제 슬슬 열대야가 오려나 봅니다
한의학에서는 날이 더워지면 몸 표면은 더워지고 안쪽은 상대적으로 차가워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열치열이라고 따뜻한 음식을 먹어 몸을 보양한다는 개념이 탄생한 거죠.
근데 생각해 보면 몸 속이라도 시원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안이나 밖이나 둘 다 더운 것보다 속이라도 시원해야...
아무튼 그런고로 순대국밥입니다.
날이 더 더워지기 전에 따뜻한 국물을 한 사발 드링킹 해야겠어요.
오늘 방문할 곳은 본가집토종순대.
지도를 보면 대로변에 있는 것 같지만 묘하게 골목입니다.
저기 가자주류 옆 골목말이죠.
가까이 다가가면 계단 아래 본가집토종순대가 수줍게 숨어있습니다.
골목길 분위기는 마르게리따 피자를 팔아도 토종 한식처럼 보일 지경입니다.
자리에 안내받아 앉았습니다.
편하신 자리에 앉으라면서 손으로 가이드해 준 자리는 주방 바로 앞이군요.
반찬 리필 용이성이 12,834% 정도 상승했습니다.
반대쪽으로도 테이블이 많습니다.
꽤 넓은 가게예요.
벽면 곳곳에 메뉴판이 있습니다.
제가 여기 올 때마다 다음에는 순대라면을 먹어봐야지 생각하지만
막상 오면 그냥 순대국밥을 먹게 되더군요.
나이가 들면 새로운 모험이 부담스러워집니다.
그러니까 젊을 때 이상한 음식 많이 드셔보십시오.
결론이 왜 이래.
테이블에 가지런한 깍두기 항아리와 부추통.
부추를 통에 담아 셀프로 넣어먹는 시스템입니다.
이 셀프 부추 시스템은 참으로 편리합니다.
부추 성애자들이 계속 이모를 불러야 하는 불상사를 막아주죠.
깍두기를 제외한 반찬은 고추와 마늘입니다.
평범하죠.
양파가 없는 건 아쉽군요.
입냄새 3종세트 완성을 못하네요.
순대국밥입니다.
다대기가 기본으로 풀어져있습니다.
순대국밥에 순대는 몇 개 없다는 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감수해야 할 안타까운 문제점이죠.
대략 4~5개쯤 들어있습니다.
그래도 토종순대라 그런지 순대가 꽤 맛있어요.
남자로서 순대가 점점 좋아지는 그런 나이죠.
2023.07.29 - [보고서/사먹음] - [단양] 마늘 순대 "충청도 순대" - 이걸 안 사고 버틴다고?
덕분에 집에서 와이프랑 순대를 자주 먹게 되네요.
자꾸 당근마켓 동네생활에서 순대차를 찾아요.
각설하고 순대국밥에 부추를 넣습니다.
순대국밥에는 역시 부추예요.
부추 없는 순대국밥은 계란 없는 콩나물국밥 같아요.
맛있는 순대국밥.
남자가 좋아하는 순대국밥.
아저씨가 좋아하는 순대국밥.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이가 들어 아저씨 입맛이 된 건 아니고
그냥 나이 들기 전부터 아저씨 같았어요.
나름대로 저에게도 사회적 지휘가 있으므로 뚝배기를 들고 마시는 건 지양합니다.
대신 숟가락으로 박박 긁어 내면의 욕망을 해소해 봤습니다.
... 어... 헛소리를 체계적으로 지껄였더니 뭐라고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본가집토종순대의 순대국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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