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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일동] 반미 "킹반미1964" - 반반 잘라 먹는 반미

날고싶은병아리 2023. 7. 27. 09:39

보통 리뷰를 빠른 시간 내에 올리려고 하는데 생업에 종사하다 보니 쉽지 않습니다.

어서 로또가 당첨되어 반백수로 살고 싶습니다.

 

 

킹반미1964 고덕점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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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lace.naver.com

 

그러하여 벌써 반달 전 방문했던 반미 전문점 "킹반미1964 고덕점" 입니다.

 

 

집 주변에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파는 가게가 생겼다는 건 반가운 일입니다.

그리고 감성커피가 있던 자리였기 때문에 누군가는 아쉽게 떠나야 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는 건

슬슬 자영업을 고려해봐야 하는 늙은 개발자의 입장에서 살짝 씁쓸한 일이죠.

 

킹반미1964

그 감성커피 있던 그 자리에 킹반미1964 가 입점했습니다.

 

저 위치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동선에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위치인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전 예전에 감성커피가 있었는지 한참 지난 후에 알았거든요.

 

킹반미1964

그래도 근방에 널린 커피집이 아니라

요깃거리를 파는 음식점이라는 점에서 높은 가산점을 부여받아

오픈전부터 이미 동네 단톡방에 공사 현황이 중계되곤 했답니다.

 

반미 바게트

반미는 다들 아시다시피 이북 리더가 좋아하는 단ㅇ...ㅓ...

 

죄송.

 

반미는 다들 아시다시피 베트남 음식입니다.

베트남이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으며 탄생한 음식이죠.

그래서 바게트를 이용해 베트남식으로 만든 샌드위치입니다.

 

국립국어원 한글 표준 표기법에 따르면 "바인미".

베트남어로 빵을 뜻하는 말이랍니다.

 

메뉴

메뉴입니다.

저기 그림으로 있는 반미가 전부입니다.

 

 

킹반미1964

킹반미1964 프리미엄 베트남 바게트 샌드위치 전문점! 베트남 커피, 베트남 반미 샌드위치, 소자본 창업 문의

www.xn--1964-949q5fu53l.com

 

킹반미1964 홈페이지에 있는 메뉴는 무려 15 종이지만 여기는 7 개만 있군요.

그릴 치킨 반미가 먹고 싶었지만 치킨이 들어가는 반미는 취급하지 않는다는 청천벽력 같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치킨이 없다니.

 

홈페이지에서 무려 15 분간 고민하여 정한 메뉴를 부정당해 그로기 상태에 빠져

무지성으로 시그니처 반미를 주문합니다.

와이프가 골랐던 불고기 반미는 다행히 있으므로 영혼의 꼬리자락은 간신히 붙잡았습니다.

 

 

소스는 두 가지.

달달과 매콤.

불고기에는 둘 다 넣고, 시그니처에는 매콤만 넣었습니다.

 

음료

베버리지 카테고리입니다.

베트남 정통 음료도 팝니다.

전통 아니고 정통.

 

중국 정통 요리, 좀 이상하죠.

정통 중화 요리, 익숙합니다.

 

베트남 정통 음료?

 

정통 베트남 음료.

이렇게 쓰는 게 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잠시 쓸데없는 고민을 혼자 해봅니다.

 

베트남 정통 음료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일은 늘 지루합니다.

구석구석 매달린 텍스트를 꼼꼼히 읽으며 주방장의 손놀림이 제 생각보다 조금 더 민첩하길 기도해 봅니다.

 

반미

인고의 시간을 지나 포장된 반미를 받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분명 모두 고수를 넣어달라고 하였건만 불안하게도 시그니처 반미에는 고수O 체크가 안 돼있네요.

 

고수X 체크도 되어있지 않는 슈뢰딩거의 반미에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반미에 고수가 없다는 그건 반미가 아니라 바게트 샌드위치죠.

 

고수는 반미의 아이덴티티입니다.

고수가 없다면 서브웨이를 가는 게 맞습니다.

 

반미

뭐 포장은 평범합니다.

깔끔하고 정갈하고 깨끗하고 하얗네요.

 

하얀색 도화지에 강렬한 붉은색이 반미를 떠올리게 한다면 그건 제 정서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불고기 반미

불고기 반미입니다.

고수가 살짝 들어가 있네요.

다음에는 고수를 듬뿍 넣어달라고 해야겠습니다.

 

 

불고기 반미

불고기 반미.

생각해 보니 참으로 대단한 조합이군요.

프랑스 빵에 한국 고기를 넣고 베트남 향신료로 마무리한 음식이잖아요.

 

시그니처 반미

시그니처 반미입니다.

고수가 있습니다.

 

슈뢰딩거의 고수는 강인하였습니다.

 

시그니처 반미

고수가 너무 적게 들었어요.

많이 넣어달라면 많이 넣어줄까요.

 

반반미

반미를 반 잘라 반씩 놓아 반반미를 만들어봅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와이프의 심기가 많이 불편해집니다.

 

내가 먹고 싶은 것과 남이 먹고 싶은 것은 모두 내가 먹고 싶은 것이니까요.

 

내 돈은 내 돈이고 니 돈도 내 돈이다 뭐 그런 겁니다.

 

불고기 반미

외관으로는 불고기와 고수만 보였었는데 안에는 무 피클 같은 게 들어있어요.

역시 무 피클이겠죠.

저것 덕분에 상큼합니다.

 

불고기 반미에는 달달한 소스와 매콤한 소스를 넣었죠.

불고기는 좀 달아야 맛있는 법이니까요.

이 달달매콤한 소스와 상큼한 무 피클이 잘 어울립니다.

 

고수는 얼마 안 들어있어 크게 와닫지 않네요.

 

제가 이미 고수에 길들여진 몸이라서 그런 걸 지도요.

 

시그니처 반미

참 예쁘게 잘린 시그니처 반미.

역시나 무 피클이 아래 숨어있습니다.

 

여기에는 매콤한 소스만 넣었는데

계란과 햄이 들어간 음식에는 달다구리한 소스가 안 어울릴 것 같았기 때문이죠.

 

그리고 한입 베어 물면 역시나 고수가 아쉽군요.

많이 넣어달라고 할걸.

 

맛은 안정적입니다.

마치 서브웨이 아침 메뉴에 있는 햄에그치즈를 세배쯤 업그레이드시켜 놓은 맛이군요.

 

역시 붉은색은 세배 강합니다.

근데 가격도 세배잖아.

 

뭐라고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고수는 고수를 먹는 법.

고수 많이 넣어주세요.

 

킹반미1964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