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입니다.
살면서 평양냉면을 세 번 먹어봤는데 여기서 네 번째 먹어보게 되네요.
"필동면옥" 입니다.
지나다닐 때 보면 사람들이 꽤 많이 줄 서있습니다.
하지만 가고 싶지 않죠.
세 번의 평양냉면 경험은 네 번째 평양냉면 경험을 배척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네, 나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나쁘지 않다고 좋다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 음식이라도 계속 꾸준히 지속적으로 먹다 보면 좋아지는 경우가 있죠.
필동면옥입니다.
왜 줄이 없죠?
희한하군요.
그동안 줄이 길어 포기했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네요.
평양냉면에 다시 도전하고 싶다는 팀장님의 말에 우리는 홀린 듯이 필동면옥에 입장합니다.
저번 평양냉면은 두 젓가락 드시고 안 드시더라고요.
그런데 갑자기 무슨 용기가 솟아올랐길래...
아직은 날이 덥습니다.
1층은 꽉 차있군요.
하지만 2층은 자리가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왜...
2층입니다.
자리가 군데군데 비어있어 한 자리 꿰차고 앉았습니다.
메뉴입니다.
냉면 만사천원, 사리 추가가 구천원.
육수가 오천원이군요.
그럼 왜 비빔냉면은 같은 가격인가요?
곱빼기를 시치면 이만삼천원이겠군요.
죄송합니다.
자본주의 세계가 단순한 덧셈과 뺄셈의 세계가 아님을 알지만 선뜻 이해하기 어렵군요.
요식업의 난해함을 제가 감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반찬입니다.
무난한 반찬입니다.
냉면을 먹는 동안
카트를 끌고 다니시는 아주머니가 테이블의 반찬을 스캔하시다
떨어진 반찬을 빠르게 리필해 주십니다.
서비스면에서 만족도가 30 포인트 올랐습니다.
면수입니다.
유난히 메밀면을 사용하는 집들은 면수를 주네요.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육수가 좋지만 생각해 보니 여긴 평양냉면집이군요.
육수 한 사발이 오천원인 집입니다.
간장과 식초가 있습니다.
만두용인가 봅니다.
고춧가루와 겨자도 있군요.
만두용이겠... 겨자는 냉면용인가?
평양냉면의 자존심을 미디어로 접한 저는
식초는 사파, 겨자는 마교로 알고 있습니다만.
만두 여섯 개, 구천원입니다.
만두가 꽤 큼지막하군요.
수제 왕만두 여섯 개에 구천원이면 조금은 비싼 기분이 들긴 해도 납득이 가능합니다.
냉용물은 고기와 숙주입니다.
다른 재료도 있긴 할 테지만 잘 모르겠고 맛있군요.
역시 음식점은 맛으로 승부하는 곳이죠.
맛있으면 장땡이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냉면입니다.
고춧가루, 고추, 파, 깨 조금이 올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계란 반쪽이 잠수 중입니다.
별 의미는 없고 별다르게 다른 구도는 아니지만
최저시급으로 한 시간 반 일하면 먹을 수 있는
장엄한 평양냉면님이기에 한 컷 더 올려보겠습니다.
고기가 두 쪽 있는데 부위가 달라 보입니다.
아마도 양지와 사태로 추정됩니다.
면은 가늘고 메밀면 같지 않은 탱탱한 면입니다.
면이 상당히 괜찮아서 메밀면이 불호이신 분들도 잘 드시지 않을까 싶군요.
이 놀라운 면 덕분에 다른 평양냉면집에서 두 젓가락만에 GG 를 선언한 팀장님도 완식 하셨습니다.
저는 뭐 원래 뭐든 잘 먹는 잡식 동물이라 잘 먹었습니다.
슴슴한 국물이라 식초 겨자 고추가루를 팍팍 넣어 먹고 싶었지만
그래도 평양냉면이라 함은 슴슴한 맛으로 먹는 거라 배워왔기 때문에 그냥 먹었습니다.
뭐 맛있다고 하지는 못 하겠지만 그래도 맛없지도 않은 맛이죠.
제가 느끼기엔 그렇다는 겁니다.
이게 네 번째 평양냉면이라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사실 아직도 왜 냉면, 그것도 슴슴한 평양냉면을 먹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쁘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좋다는 건 아니니까요.
이렇게 기회가 있을 때 먹다 보면 언젠가 좋아질 날도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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