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현시장입니다.
충무로역에 있죠.
거기 인현시장 먹거리 골목이 있고,
"안동 곰샤브 칼국수" 라는 음식점이 있습니다.
왠지 곰샤브라는 이름이 어디선가 가봤던 거 같거나 들어봤던 거 같다면 그것은 착각일까요.
곰샤브.. 곰국수랑 비슷해보여서 그런가요.
곰샤브, 곰국수... 곰탕?
아! 곰탕할 때 그 곰인가요.
육수를 잘 고았다는 그 말이겠죠?
인현시장 먹거리 골목을 따라 걸어갑니다.
길이 좁아요.
이 좁은 길로 오토바이도 다니고 사람도 다니고 비둘기도 다닙니다.
마침내 도착한 안동 곰샤브 칼국수.
손님들로 꽉 찬 좁은 실내에 4인 테이블이 한 개가 비워져 있네요.
우리 일행은 5명이지만, 스스로를 마른 인간이라 최면을 걸며 한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탈바꿈 시켜주신 사장님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제가 찍을 수 있는 한계였습니다.
뒤로 고개를 돌리면 주방이에요.
샤브칼국수를 먹으러 왔기 땜시롱 얼큰샤브칼국수를 시킵니다.
5명이니까 5인분. 이게 아니라 소고기 3, 칼국수 2 나눠서 시킵니다.
샤브칼국수 먹는다니까 사장님이 이렇게 추천해주시더라고요.
넘치도록 쌓아준 야채를 숨이 죽을 때까지 육수를 살살 끼얹으며 인고의 시간을 감내합니다.
양이 엄청나게 많아요.
육수가 적당히 끓어오르면 소고기를 투입합니다.
동그랗게 말린 고기가 아니라 납작한 샤브용 고기는 처음 보네요.
소고기 육질이 꽤 좋아 보입니다.
그리고 꽤 두툼하게 썰려있어요.
음식은 입으로 맛보기 전부터 눈으로 감상하는 거라고 옛날에 그 누군가가 그랬는데
그게 바로 인스타용이라는 짧은 말 줄임으로 현시대를 풍미하고 있죠.
간단하게 말하면 고기를 얹어 놓으니 사진이 이쁘게 나왔다는 말입니다.
역시 음식에는 고기가 있어야 한다는 옛 어르신들의 말씀은 옳았습니다.
야채와 고기를 집어 앞접시에 덜어 먹습니다.
역시나 맛있군요.
양념도 맛있고 고기도 맛있고
나이가 드니까 야채가 점점 맛있어진다는 슬픈 사실도 다시 한번 직시해 봅니다.
국물도 떠서 먹어보면 작년 이맘때쯤 마신 술도 해장되는 기적의 국물 맛.
왜 내가 어제 술을 마시지 않았을까 하는 자아성찰을 하게 만드는 맛입니다.
이렇게 끝내주는 해장을 낮에 미리 했으니,
오늘 저녁에는 술을 좀 마셔도 되겠구나 하는 계획형 인간이 되어봅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한창 샤브를 먹고 있을 때 주신 김치.
한번 리필해 주신 야채까지 모조로 먹고 나면 칼국수 타임이죠.
면이 바닥에 눌어붙지 않게 중간중간 저어주며 팔팔 끓여 줍니다.
어? 나 이거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이거 완전 항아리 칼국수 아니냐?
칼국수를 먹지 않았음에도 부른 배를 부여잡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증명하기 위해 칼국수를 먹어봅니다.
역시 면은 기묘한 음식이죠.
배가 불러도 또 들어가요.
바로 제가 뷔페집에서 마지막으로 잔치국수를 먹는 이유랄까요.
샤브칼국수가 8,000 원이고 소고기가 12,000 원이니까
1:1 로 시키면 인당 10,000 원입니다.
훌륭한 가성비의 샤브 칼국수였습니다.
안동 곰샤브 칼국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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