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수많은 욕구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중에 지금 이 순간 가강 강력한 욕구는 맛있는 팟타이입니다.
"반 치앙마이"입니다.
치앙마이를 반으로 쪼갰다는 말이죠.
아니라고요?
그렇다면 반이 태국어로 집을 뜻하기라도 한답니까?
네? 진짜라고요?
이런 느낌이었군요.
"치앙마이 집"입니다.
야외석입니다.
연말 느낌이 물씬 나네요.
왠지 핀란드의 크리스마스가 생각난다면 그건 기분 탓입니다.
여긴 치앙마이입니다.
치앙마이라고요.
음.
별로 설득력이 없군요.
치앙마이죠?
이케아 같은데.
테이블에는 기본 세팅과
메뉴판이 있습니다.
참고로 두 종류의 메뉴판이 랜덤 배치되어 있습니다.
팟타이 욕구를 해소시킬 "팟타이 꿍" 과
다이어트 중이라는 헛된 암시를 걸어줄 "얌운센"
"꾸에띠어우 까이"를 주문합니다.
참고로 주문할 땐
"얌운센이랑 팟타이랑 꾸..에꾸.. 꾸에.. 띠꾸....... "
손가락으로 메뉴판을 가리키며
"이거 주세요."
라고 주문했습니다.
당신의 혀를 믿지 마세요.
보통 이런데 스페셜 메뉴가 보이면 먹어보는 편인데
너무나 스페셜한 비주얼이라 선뜩 주문을 못하겠더라고요.
인스타 사진은 기깔나게 찍으셨던데
왜 메뉴판 사진은 저럴까요.
물과 피클은 셀프입니다.
피클은 양배추, 무, 양파입니다.
상큼상큼하니 맛있어요.
"꾸에띠어우 까이" 입니다.
평범한 쌀국수처럼 보이지만
경건하게 생긴 그릇에 담겨 나옵니다.
잘 먹겠습니다.
아멘.
... 여기가 아닌가.
기본적으로 닭고기 쌀국수입니다.
잘 쓰까보면,
알이 두 개.
고수는 고수를 시키는 법.
슬프게도 유료입니다.
천 원.
고수를 얹어 먹습니다.
그것이 고수니까.
맛이 미쳤어요.
진짜 맛있어요.
뭐랄까.
똠양꿍에서 빨간 맛을 뺀 느낌?
아, 여기가 태국이구나 하는 그런 맛.
그게 도대체 무슨 맛이야.
"팟타이 꿍" 도 나왔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땅콩 뽀시래기를 넣고 먹으면 됩니다.
파는 곳은 많지만 정말 맛있는 곳은 찾기 힘든 팟타이.
와이프가 얼마 전에 다른 곳에서 팟타이를 배달시키고 나서야
배달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땅을 치고 후회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반 치앙마이 팟타이 꿍 드세요.
꼭이요.
3글자 밖에 안 되는 주제에 발음하기는 어려운, 얌운센.
얀윤센, 얀윰센, 얌운셈.
저만 이러는 거 아닌 거 압니다.
어린 시절 마요네즈랑 먹으면 맛있을 거라는 헛된 희망으로 보낸 긴긴 세월을 지나
나이가 들어가니 점점 먹을만해지는 셀러리군요.
누군가 배달을 시킬 때 당면 추가를 잊어버리는 바람에
통곡의 식사를 했다는 그 당면.
당면 좋아하시면 꼭 추가해 드세요.
그러고 보니 운센이 당면이라는 뜻인가요.
둘이서 먹는 2.5인분.
잠시 짧은 삶의 지혜를 꺼내보자면
뱅글뱅글 도는 앞접시에는 휴지를 한 장 깔아주면 좋습니다.
순삭.
맛있는 음식은 순삭이 기본이죠.
허겁지겁 먹고 일어납니다.
계산을 하고 주차 등록을 부탁드렸죠.
"38분 되셨고요, 2시간 넣어드렸습니다."
주차 시간도 넉넉하게 넣어주시네요.
... 38분?
주차하고, 가게로 이동하고, 주문하고, 기다렸다가, 밥 먹고 나왔는데 38분.
말 그대로 밥만 먹고 나왔네요.
뭐 만큼 흡입을 할 정도로 맛있는 집이라는 뜻입니다.
음식이 맛있어서 그래요.
그렇다니까.
"반 치앙마이"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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