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좋아합니다.
뷔페에 가면 마지막에 꼭 잔치국수를 두 그릇 이상 먹을 정도로 국수를 좋아합니다.
소바를 먹자는 말에 신나서 쫄래쫄래 따라갑니다.
"부타이 2막" 이라는 가게군요.
가게 이름이 특이하네요.
알고 보니 시리즈가 꽤 많군요.
가게는 협소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대화를 하며 먹으려면 요추와 골반에 상당한 무리가 가는 자세가 필요한 배치죠.
다만 혼밥에는 최적화가 되어있습니다.
장식용(?) 술병의 일본 술 지분이 조금 더 많은 걸로 이곳이 일본 음식점이라는 뉘앙스를 풍겨줍니다만,
국가나 지역, 주종을 가리지 않고 있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 깊습니다.
일자로 늘어진 테이블에 일행이 줄지어 앉았습니다.
마제소바라는 걸 판데요.
마제소바가 뭘까?
어.... 그....
제가 생각한 소바가 아니군요.
기본 차슈는 제공되지 않는다는 말, 너무 슬프죠.
차슈를 추가합니다.
가격은 11,000 + 4,000 = 15,000.
꽤나 비싼 가격이 되어버렸습니다.
통장과 진지한 토론이 필요한 고액 주문을 마치고 잠시 고개를 들어 앞을 봅니다.
늘 우리곁에,
언제나 그곳에,
불변의 식당 안내,
맛있게 먹는 법.
일식 음식점이라 소바의 효능이 없네요.
갓벽한 현지화를 이루어내지 못했군요.
생각보다 빠르게 마제소바가 나왔습니다.
제가 생각한 차슈가 아니군요.
기대했던 소바가 아니고 기대했던 차슈가 아니지만 괜찮아요.
새로운 음식은 늘 즐겁습니다.
정성을 들여 다시 한컷.
저는 노오란 계란을 얹어주는 음식을 볼 때마다 늘 이렇게 생각합니다.
흰자는.... 버렸나....
구워서 주지.
4천 원의 차슈.
장시간 저온 조리를 했다는 걸 보니 수비두비두밥바 수비드 했나 봅니다.
4천 원에 4 장이라더니 5 장을 주셨네요.
다른 분들도 다 5 장인걸 보니 제가 잘생겨서 서비스 주신건 아닌 것 같고,
... 뭘까요.
제가 잘생겨서 서비스 주신 것 말고는 이유가 떠오르지 않네요.
면은 메밀면이 아닌 마치 중국집 볶음면에 들어가는 그런 면이군요.
잘 비벼서 먹어봅니다.
음, 예상을 벗어난 맛이군요.
제 예상과 일치하는 점이라고는 이것이 면이라는 것 하나만 제외하고
종잡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음식점이네요.
꾸덕하고 고소한 맛에 아주 살짝 달기도 하고 간장 풍미도 있는 것 같고,
내가 뭐라고 맛을 설명하고 있나.
반찬은 양배추, 그리고 식초.
식초를 살짝 뿌려 먹으면 풍미가 올라온다 그래서 뿌려봤습니다.
놀랍게도 식초의 풍미가 올라왔습니다.
뭐라고 형용하기 힘든 복잡 미묘한 맛이 한층 더 올라와 복잡 매우 미묘한 맛이 되었습니다.
아니 그게,
맛이 없다는 게 아니라,
처음 먹어본 맛이라.
마치 평양냉면을 처음 먹어본 그날의 추억처럼,
한 입 한 입 먹을 때마다 봄날처럼 점점 익숙해는 그런 맛입니다.
슬라이스 햄을 올려 먹으...
아니 차슈를 올려....
아, 이걸 차슈라고 해야 하나요?
아무리 봐도 차슈는 아닌데!
아무튼 차슈를 올려 먹으면
살짝 간이 있던 면과 차슈가 어우러져 간이 딱 알맞게 맞춰집니다.
응?
차슈... 의 간이 생각보다 약하군요.
나쁘지 않아요.
차슈..................라고 생각하면 나쁜데
햄이라고 생각하면 좋아요.
면을 다 먹고 밥을 요청하면 소량의 밥을 주십니다.
3명이라 소소소량의 밥.
돈까스집 밥.
스쿱 밥.
스쿠비두비두밥.
남은 소스에 밥을 비벼봅시다.
비주얼은 마치 카오팟 무쌉 느낌이 납니다.
맛도 카오팟 무쌉 느낌이 사알짝 납니다.
비빔밥과 카오팟 무쌉의 중간쯤 그 어딘가 느낌이에요.
소량의 소스가 남아 완식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네요.
양이 꽤나 상당하더라고요.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약간 어색한 만남이었지만
나중에는 익숙해져 나쁘지 않았던 첫 만남이었어요.
"부타이 2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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