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졌습니다.
갑자기 한겨울이 되었네요.
찬 바람이 불어오면 생각나는 뜨끈한 국물.
"충무칼국수보쌈"입니다.
이 집을 고른 이유는 회사와 가까워서입니다.
그리고 지나가다 보면 항상 손님이 많더라고요.
생각난 김에 가봅니다.
충무로역 근처에 있습니다.
필동면옥 위에 있죠.
한창 점심 시간이라 자리가 없네요.
금방 자리가 난다고 하여 잠깐 기다리다 앉았습니다.
1972년 부터 어쩌고 자랑 멘트.
벽에 붙은 메뉴를 보며 주문을 합니다.
칼국수 8,000원.
식사 메뉴는 칼국수가 끝이군요.
평범한 칼국수 집에 있을 법한 수제비, 칼제비, 뭐 이런 거 없습니다.
딱 칼국수뿐.
근데 왜 골뱅이가.
골뱅이 맛집인가.
갑자기 안 어울리는 메뉴인데.
골뱅이.
아, 골뱅이.
골뱅이 땡기네요.
빨간 양념으로 버무린 야채와 골뱅이, 하얗고 부드러운 소면.
소주와의 영혼의 친구, 영원한 스테디셀러, 골뱅이 소면.
그렇게 보쌈을 주문했습니다.
뭐 왜 뭐, 고기니까 주문했지.
칼국수 먹는데 소면을 추가할 수는 없잖아.
점심 시간이라 소주도 못 마시는데.
김치는 테이블에 있으니 덜어 먹으면 됩니다.
칼국수집에서 가장 맛있어야 하는 음식은 무엇인가?
칼국수가 아닌 바로 김치입니다.
칼국수집에서 칼국수가 뭐가 중요해요.
김치가 제일 중요하지.
우리는 살면서 여러가지 당황스러운 상황에 닥치게 됩니다.
그 중 하나가 칼국수 집에서 김치가 맛이 없을 때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충무로칼국수보쌈의 김치는 무덤하게 심심하게 단순하면서 중독성 있는 그런 맛있는 김치입니다.
보쌈 곁들임 음식이 나왔는데 김치를 주십니다.
왜 또 김치? 하겠지만 저 김치는 보쌈 김치입니다.
보세요.
김치에 진심이잖아요.
칼국수 반찬 김치와 보쌈 김치를 같이 쓸 수도 있는데 굳이 따로 주십니다.
같은 양념과 같은 맛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두 김치는 닮았지만
보쌈 김치가 조금 더 달고 조금 더 맵습니다.
한국인이라면 커피로 김치를 담글 정도로 김치에 진심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김치로 세계를 정복할 수 있어요.
그 김치를 보쌈에 올려서 먹어봅니다.
야들야들한 보쌈에 아삭하고 맵콤달달한 김치는 역시 맛있군요.
보쌈을 김치에 곁들여 먹고 있을 때 칼국수가 나왔습니다.
기계로 뽑은 것 같은 면에 김가루를 푸짐히 올리고 살짝 고운 고춧가루가 올려져 있습니다.
살짝 계란도 보이고, 살짝 대파도 보이고,
살짝 고추도 보이네요.
스크롤 올리지 마세요.
그 고추 아닙니다.
뭘 생각하신거에요.
국물은 맑은 편입니다.
물론 국수 전분이 있어 조금은 걸쭉하지만
칼국수 치고는 맑다는 말이죠.
돌려 말했지만 감자는 없다는 말입니다.
아니, 살짝 찾아보면 감자가 있긴 한데 채 썰어져 있어요.
이미 국물과 국수에 뭉그러져 육안으로는 찾기 힘드네요.
대파가 많이 들어가 시원한 맛을 내는 양념이 있군요.
칼국수 간이 누군가에게는 심심할 정도라 양념을 넣고 드셔도 됩니다.
그리고 양념에 들어가 있는 대파는 맛있습니다.
근데 좀 짭니다.
양념을 앞접시에 덜고 대파를 집어 국물에 휘휘 저어 양념을 씻어 먹으면 맛있어요.
... 응?
양념이 아니라 대파 김치였나!
역시 김치에 진심이군.
"충무로칼국수보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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