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모종의 이유로 병원을 가게 된 날,
검사를 위해 새벽부터 병원으로 떠난 와이프를 대신하여 아이들 등원을 하고,
저도 병원에서 와이프를 만나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병원 로비에 앉아 진료를 기다리며 나눈 대화는
병과 치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점심 메뉴에 대한 이야기였고요.
예약 시간이 훌쩍 넘어 진료를 받습니다.
"살 좀 빠지셨나요?"
"예?"
"이 약 부작용이 식욕 감퇴라 여자들이 좋아하는데, 괜찮으셨어요?"
"예??"
일 년째 약을 먹던 와이프의 혼돈의 가득 찬 눈빛과
없어진 식욕이라 그 정도였냐는 저의 존경에 가득 찬 눈빛.
다 제가 와이프를 위해 밥을 잘해줬기 때문이겠죠.
아무튼 밥을 먹으러 갑시다.
없는 식욕 쥐어짜러 가야죠.
네?
"잉꼬 칼국수"입니다.
와이프는 몇 번 와봤는데
저를 데리고 오고 싶었다던 잉꼬 칼국수.
얼마 전 큰 건물로 이전했답니다.
로봇이 서빙을 한답니다.
그런 거 자주 봐서 신기하진 않네요.
세월에 찌든 어른의 궁금증은 저 로봇이 아니라
저 작은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는 잉꼬 칼국수 사장님 소유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 소유일까 입니다.
건물 1 층은 주차장이지만 평일 점심에도 꽉 차 있는 걸 보면
주말에는 주차가 꽤나 힘들 듯하군요.
다행히 주차 요원이 있어 안내를 해줍니다.
저희는 길가에 세우고 키를 맡기라고 하시더군요.
상당히 공 들인 인테리어네요.
로고도 귀엽습니다.
마치 저처럼.
2층으로 들어오면 바로 계산대가 보입니다.
메뉴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칼국수.
사실 칼국수만 팔아요.
만두도 없고 수제비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요.
오직 칼국수뿐.
때문에 선불.
일단 선불.
둘이니까 2인분.
2만 원 선결제.
제 카드로 와이프가 결제하는 동안 (응?)
가게를 조금 둘러봅니다.
테이블 간격이 좁지 않아 답답하지 않지만
꽤 많은 테이블이 있는 거대한 식당이네요.
인테리어는 마치 푸드코트 같아요.
안내해준 테이블에 앉습니다.
깍두기랑 김치가 바로 나왔어요.
깍두기는 그냥 깍두기입니다.
너무 안 익지 않은 적당한 칼국수집의 새콤하고 맛있는 깍두기.
다만 김치는 실비 김치 스타일로 꽤 매워요.
굵은 고춧가루와 고추씨가 인상적이죠.
적당한 맛의 깍두기와 안 적당한 맛의 김치는 적당한 크기로 적당하게 잘라서 적당하게 담아 놓으면 적당합니다.
칼국수도 바로 나왔네요.
역시 한국인의 패스트푸드 중 하나라고 할만합니다.
요즘은 햄버거가 칼국수보다 나오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죠.
칼국수 양이 상당합니다.
꽤 많아요.
진짜 손으로 써는지 기계가 써는지는 모릅니다만
꼬불꼬불한 게 진짜 손칼국수 같군요.
근데 한 번 뒤적이고 보니까 진짜 양 많네요.
다 먹을 수 있을까요...
걱정되네요.
면은 꽤 굵습니다.
굵은데도 중간은 잘 익고 겉은 퍼지지 않게 잘 삶아져 있군요.
감자도 들어있어요.
이 감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문할 때 많이 달라고 하면 많이 준다고 합니다.
안 해봤어요.
그렇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더 먹고 싶은 사람은 알아서 하세요.
저도 처음 와봤어요.
국물은 감자가 들어있어 그런지 생각보다 걸쭉합니다.
감자가 안에서 으깨지면서 국문에서도 감자의 질감이 살짝 느껴져요.
적당한 간과 저 질감으로 꽤나 묵직한 국물이라
감자 옹심이 같은 느낌도 살짝 듭니다.
김치와 함께 먹으면 꿀맛입니다.
살짝 슴슴한 칼국수 면과 자극적인 김치가 조화롭네요.
다만 김치가 꽤 매워 매운 것을 잘 드시는 분 아니라면 깍두기가 더 좋을 듯합니다.
매운 김치와,
새콤한 깍두기와,
쫄깃한 칼국수 면,
묵직한 국물.
다 먹어 버렸네요.
맛있는 걸 어떡해.
식욕 감퇴의 부작용을 겪고 있는 와이프도 다 먹음.
저녁에 스테이크 구워 먹기로 했는데,
이미 배가 꽉 찼어요.
저녁까지 소화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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