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들이 캠핑을 가고 싶다고 합니다.
네, 캠핑, 좋죠.
아는 사람이 갈 때 몇 번 따라갔습니다.
누나네가 고향집 앞마당에 캠핑할 때, 그리고 동네 사람이 근처 캠핑장에 캠핑할 때 가끔 따라갑니다.
그때는 별 말 없다가 유치원에서 글램핑 체험이라는 걸 했답니다.
유치원에서 별걸 다 하네 하고 생각했었는데 유치원 수준에 맞는 체험이었군요.
고기도 구워 먹네요.
나름 그럴싸해 보입니다.
아무튼 둘째가 캠핑을 가고 싶다고 하자,
첫째가 갑자기 글램핑이 뭔지 줄줄 읊습니다.
"글램핑은 텐트 안에 냉장고도 있고 다 있는 거야."
하지만 갑자기 없는 캠핑 일정을 잡을 수는 없죠.
다 제가 무능한 탓입니다.
그래서 갑니다.
만돈만리라는 고기집.
캠핑 컨셉의 고기집이라고 합니다.
예약을 해야 하니 참고하세요.
저희는 평일 5 시 30 분을 예약했습니다.
저녁 시간 첫 타임이네요.
주차장에서 바라본 만돈만리입니다.
사실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불안했습니다.
날이 심하게 맑네요.
텐트석은 이런 분위기.
야외 일반석 사진은 못 찍었네요.
왜냐고요?
이때부터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죠.
텐트석이라 텐트가 있고 앞에 바베큐가 있는 걸 상상했는데,
텐트 안에 바베큐가 있네요.
참고로 현재 온도 32도.
구석진 곳에 놀이터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잠깐 놀다가 그만둡니다.
왜냐고요?
덥기 때문이죠.
일단 빨리 주문을 합니다.
커플세트를 주문하고 추가 메뉴를 더 시키기로 합니다.
음식은 금세 나왔습니다.
이것저것 많이 나오네요.
둘째가 좋아하는 마시멜로우도 나왔습니다.
고기에는 살짝 시즈닝이 되어있습니다.
폭립과 소시지와 새우, 그리고 야채류가 있습니다.
수많은 소스.
김치와 고추절임.
저 고추절임 맛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부추 무침.
고기 먹을 때 먹는 풀떼기 세 개 중 하나입니다.
이건 안 먹는 풀떼기.
화로에 숯이 올라가고 토마토 스튜가 나왔습니다.
사진의 초점이 맞지 않는 건 불안함이 현실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텐트 내부에 열기를 식혀줄 그 어떤 대책도 없습니다.
텐트 뚜껑도 닫혀 있고, 이동식 에어컨은 바라지도 않지만 선풍기도 없습니다.
며칠 동안 날이 흐릿흐릿하더니 하필 오늘은 미친 듯이 맑네요.
바람도 안 붑니다.
저녁이 되면 좀 선선해지겠지 하고 막연하게 기대를 했건만,
선선해지면 뭐합니까.
불 지펴진 텐트 안에 갇혀 있는데.
더위와 싸우며 애들은 그나마 시원한 자리로 옮겨주고 제가 제일 더운 자리에 앉아 고기를 굽습니다.
애들까지 짜증내면 이곳은 지옥으로 변할 테니까요.
열심히 고기를 굽습니다.
나름 맛있어 보이네요.
다행히 아이들도 냠냠 잘 먹습니다.
와이프는 애들 챙겨주기 바쁩니다.
저는, 살려주세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야채도 굽굽.
근데 탈까 봐 테두리에 구웠더니 메마르네요.
저도 잘 메마르고 있습니다.
옥수수와 파인애플은 잘 구워집니다.
아이들이 잘 먹더라고요.
파인애플을 입에 넣어줬더니 뱉으려고 하긴 했는데,
일단 맛을 보고 나선 더 달라고 해서 추가 주문까지 했습니다.
마시멜로를 굽습니다.
불이 약해져서 노릇노릇하게 굽지는 못했어요.
숯을 더 넣어달라고 하기에는 제가 죽을 것 같아서 차마 말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고기도 목살 2 인분만 추가해 먹었습니다.
고기를 추가하려면 숯을 더 넣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죠.
화장실은 건물 내부 2 층에 있습니다.
이렇게 시원하고 쾌적한 실내가 있는데!
왜 이 무더위에 야외에서!
그것도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는 텐트 안에서!
여름 좋아하면 상태가 이상한 사람이라더니
여름에 밖에 있다 보면 상태가 이상해질 수밖에 없죠.
혀는 고기가 맛있다고 하는데 뇌는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어요.
심각하게 덥습니다.
더 먹고 싶지만 제 생존 본능은 어서 도망가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네요.
어깨까지 땀으로 흠뻑 젖은 제가 계산을 하러 갑니다.
주인으로 추정되시는 분이
아휴 많이 더우시죠~ 다음에는 텐트 말고 야외석에 앉으세요~
라고 하시는데 살짝 울컥했습니다.
그러면 아예 예약을 막아두던가.
다음에도 오게 된다면 그건 아마 봄 또는 가을일 것 같습니다.
겨울에는 괜찮을 듯한데 괜한 모험을 하고 싶지 않네요.
그래도 고기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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