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카레지!
하고 누군가 말했습니다.
그래서 인도 커리를 먹으러 갑니다.
가는 도중에 누군가 비가 오면 돈부리지!
하고 말했지만 인도 커리를 먹으러 갑니다.
오늘도 시작부터 헛소리가 우렁차네요.
각설하고.
회사가 이사하고 찾은 회사 주변 맛집.
죠티 인도 레스토랑.
간판에는 분명 죠티 인디안 레스토랑이라고 써져 있는데,
지도에는 죠티 인도 레스토랑이라고 등록되어 있습니다.
인디안 이라고 등록해 놓으면 미국 인디안 전통 음식점처럼 보일까 봐 그랬나 봅니다.
가게는 2층.
들어가자마자 카운터 옆으로 이상한 식재료들이 쌓여있습니다.
뭘까요.
큐민 시드가 가장 반가운 이름이네요.
다른 것들은 뭔지도 감이 안 와요.
상관없습니다.
외국 음식을 먹을 때 직접 만들 거 아니면 재료를 궁금해하면 안돼요.
가게는 꽤 큽니다.
사람도 많지 않네요.
이미 한차례 손님 폭풍이 지나간 듯 모든 테이블에 접시들이 가득합니다.
치워진 테이블이 없어 기다립니다.
잠시 후 종업원이 나와 테이블 한 개를 느긋하게 치우고 안내해주네요.
불안한 기운을 느끼며 자리를 잡고 주위를 둘러봅니다.
인도 커리집 아니랄까 봐 코끼리 장식이 있네요.
국룰이죠.
일본 음식점에 원피스 피규어, 인도 음식점에 코끼리.
인도 음식점은 거기에 더해 인도 음악도 나와줘야 여기가 정통 인도 음식점이구나 느낌이 듭니다.
메뉴판이 꽤 두껍지만 점심 메뉴를 먹습니다.
B 세트를 먹어볼까 하다가 과하다고 생각해 포기합니다.
A 세트 10,000 원.
한국말이 어색한 종업원에게 버터 난 + 치킨버터 마살라 + 아이스 레몬티 조합으로 주문합니다.
테이블 옆에 맛없어 보이는 사진이 한 장 붙어 있습니다.
맛있어 보이게 만들어 주문을 노리는 용도였다면 완벽하게 실패했네요.
물 잔이 먼저 서빙됩니다.
물 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잔이에요.
주석 잔.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기 시작합니다.
물 잔이 나오고 5 분.
아직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어요.
손님도 별로 없는데 다른 테이블들은 치워지지도 않고,
종업원도 보이지 않습니다.
요리 중이신가.
물 잔 등장 10 분 만에 아이스 레몬티가 나왔습니다.
미지근하네요.
얼음이 있지만 미지근해요.
우선 시원해질 때까지 기다립니다.
가게 안이 너무 조용하고, 음식은 나올 기미가 없네요.
인도에서 음식점에 가면 직원들이 이렇게 여유롭나요?
슬슬 점심시간이 끝나 가는데 이제야 다른 곳을 갈 수도 없으니 기다립니다.
여유 있는 기다림이야 말로 삶을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자양분 아닐까요?
살려주세요.
가게 입장 40 분.
드디어 밥이 나왔습니다.
개인별로 따로 주네요.
점심시간은 5 분 남았습니다.
무난한 샐러드.
비트와 당근이 큼지막하게 들어 있습니다.
소스는 케요네즈(?) 같은 맛.
감자 요리는 뭔가 익숙한 느낌이네요.
감자 조림 맛이 납니다.
근데 거기에 후추를 좀 많이 넣은.
맛있어요.
양이 많지는 않은 치킨버터 마살라.
닭 고기가 푸짐하게 들었습니다.
인도에서는 커리라고 안 하고 마살라라고 한다죠.
한국식 카레는 인도, 영국, 일본을 거치며 변형되었다고 합니다.
습자지 같이 얇고 넓은 지식.
그리고 버터 난.
꽤 큽니다.
맛있어요.
난이 맛있어요.
10 년 전 안산 다문화 거리에서 먹어봤던 난 만큼 맛있어요.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비록 45 분을 기다렸지만, 맛있으면 됐죠.
맛있게 먹고 회사 가서 욕도 먹고.
난 양이 꽤 많습니다.
난만 먹어도 배부를 정도예요.
난 먹어 배부른데 밥도 먹어요.
난에 밥을 싸 먹으면 맛있어요.
난 돼지인가 봐요.
냠냠 먹어요.
살 뺄 거예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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