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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레스토랑 "트루낭" - 오오 연차 오오, 그러니 고기 먹으러 갑시다.

날고싶은병아리 2022. 4. 23. 09:32

오늘은 금요일.

연차입니다.

 

오오 연차 오오.

직장인의 꿈.

직장인의 희망.

 

세상이 이렇게 아름답다니.

 

애 둘 유치원 보내놓고 돌아올 두시 반까지 자유시간입니다.

어서 둘쨰도 학원을 보내야 평일 연차 자유시간이 조금 더 늘어날텐데 말입니다.

 

오늘 연차의 사유는 고기, 아니 기념일입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10년 전.

바람이 몰아치는 오늘.

뭔가 묘하게 닮은 10년 전과 오늘.

 

당연히 이런날은 간단하게 고기를 먹어야죠.

저녁 밥상으로 삼겹살이 준비되어 있으니 소고기를 먹으로 갑니다.

 

찾아갈 곳은 트루낭이라는 고기집 아니 레스토랑... 아니 파인 다이닝이라고 합시다.

파인 다이닝이라고 하면 왠지 기분이 좋으니까 그렇게 우리끼리 합의합시다.

 

 

트루낭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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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난트?...

예약을 하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네이버 예약도 되지만 전화로 예약하면 창가 자리로 먼저 배정을 해줍니다.

 

게을러서 주차장 사진은 못 찍었으니 로드뷰 찬스.

주차는 널널합니다.

요즘은 주차 쉬운 음식점이 세상 좋더라구요.

주차만 쉬우면 내 마음 속 평점이 30%는 수직 상승.

 

행복해 보이는 뒤통수.

 

옆에 건물들과 푸릇푸릇한 나무들이 벌써 봄이네요.

한달 전 부터 봄이었나? 코 뭐시기 때문에 집에만 같혀있었더니...

 

10년 전과 비슷한 우중충한 날씨도 추억을 되살려줘서 기분 좋은 하루입니다.

아냐 그건 연차를 써서 기분이 좋은거야

 

2층으로 올라가면 오른쪽에 문이 있어요.

앞에 보이는 저 유리는 문이 아니에요.

 

안녕하세요.

예약했는데요.

 

고기! 고기다!

 

들어가자마자 고기가 보여요.

세상이 핑크빛으로 보이네요.

아, 저건 원래 핑크빛인건가?

 

전화로 예약을 해놨더니 창가 자리로 준비를 해주셨네요.

사진으로는 거의 안 보이지만 한강이 잘 보여요.

 

... 바람이 미친듯이 부네요.

나무들이 미친듯이 흔들려요.

아아... 추억인가.

 

테이브 위에 저건 빛나는 황금색 아령!!!

왠 아령이 테이블에? 하고 헛소리를 했더니 와이프가 어처구니 없이 쳐다봐요.

머리를 만지면 꺼졌다 켜졌다하는 신기한 아ㄹ... 조명이네요.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주방은 오픈 주방입니다.

오픈하자 마자 입장했더니 저희 포함 두팀이 있네요.

사람이 없을 때 후딱 사진을 찍습니다.

 

 

사람 많아지면 사진 찍기 어려워요.

저는 소심한 사람이거든요.

 

직원이 메뉴를 가져다 줬습니다.

우리는 선택장애가 있으므로 세트를 먹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죠.

세트를 시켜도 고기 파스타 샐러드는 골라야합니다.

심지어 음료수도 두개나 골라야하죠.

 

긴 긴 토론과 회의 끝에 토마호크 550g + 부라타치즈 샐러드 + 머쉬룸 뇨끼 + 딸기 에이드 + 콜라 조합으로 극적 타결에 성공했습니다.

 

딸기 에이드

딸기 에이드가 먼저 나왔습니다.

금방 나오네요.

심지어 콜라보다 먼저 나왔어요.

 

생딸기가 갈려 들어가 있습니다.

프로젝트에 갈려 들어가고 있는 제가 감정 이입 되네요.

 

코카콜라

펩시 아닌 코카콜라.

역시 근본있는 파인 다이닝이네요.

 

식전 빵

매장에서 직접 구웠다는 식전빵이 나왔습니다.

뭐라 뭐라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데 기억나는 건 하나에요.

 

"아래 깔린 서리태는 보온용이니 드시면 안됩니다."

 

... 굳이?

그냥 접시를 데워주면 되지 않나?

라고 감성이라고는 1도 없는 공대생이 생각합니다.

 

빵은 치아바타 같은 식감이고 위에 까만건 올리브입니다.

그러니까 올리브 치아바타인가?

 

겉은 살짝 바삭하고 안은 쫄깃합니다.

참 맛있는 빵이네요.

 

플레인한 빵 좋아하는 첫째랑 올리브 좋아하는 둘째가 잘 먹겠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갑니다.

 

브라타치즈 샐러드

브라타치즈 샐러드도 바로 나왔습니다.

치즈 위에 뿌린건 후추고 빨간 드레싱은 딸기 어쩌고 하는 것만 기억나네요.

 

드레싱은 상큼하고 치즈는 쫄깃쫄깃합니다.

제가 딱히 딸기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나쁘지 않습니다.

 

뒤늦게 뭔가를 발견합니다.

빵 찍어먹으라고 나온거라고 와이프가 말해줍니다.

 

뭔지 설명을 들었지만 기억이 안나네요.

중요하지 않은 기억은 빨리 잊어야 오래 살아요.

 

근데 먹어보니 진짜 맛있어요.

 

이제 중요한 기억이 되버렸네요.

네 제가 바로 중요한 기억을 잊은 멍청이입니다.

 

아 뭐더라 진짜...

 

머쉬룸 뇨끼

발음이 재미있는 머쉬룸 뇨끼.

말린 팽이버섯을 튀겨서 올렸다고 합니다.

뇨끼는 뇨끼뇨끼한 맛인데 아래 깔린 소스와 호두가 맛있어요.

 

머쉬룸 뇨끼

그 아래 깔린 소스는 버섯 스프같은 느낌의 소스네요.

감자로 만든 뇨끼는 쫄깃쫄깃 맛있습니다.

감자라서 그런가.

 

 

그리고 튀긴 팽이버섯을 보니까 우마미 버거라는 게 먹어보고 싶어졌어요.

햄버거 맛있겠다.

 

토마호크 스테이크

토마호크 스테이크는 먹기 좋게 잘라서 나옵니다.

그린 쿼터제를 준수하기 위해 구운 감자와 정체 모를 야채가 같이 있네요.

 

주문할 때 굽기를 물어보지 않던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미디움으로 구워주셨네요.

 

사실 미디움보다는 조금 더 익혀 먹는걸 선호하는데 오늘은 주방의 판단에 제 입맛을 맡기기로 합니다.

 

토마호크 스테이크

고기는 특별히 근접 샷도 한번 더!

 

토마호크 스테이크

두꺼운 부분 익힘 정도는 이정도입니다.

이건 날고기다! 생각하시는 분들은 주문할 때 미리 말씀하셔야 할 것 같네요.

하지만 저는 날고기도 씹어먹는 상남자라 괜찮.... 나?

 

아무튼 고기는 맛있네요.

감자도 한 입 먹어봤는데 포슬포슬한게 참으로 맛있는 감자네요.

 

벚나무 훈연을 했다고 하더니 고기에서 훈연 냄새가 좋게 올라와 기부니가 좋고 감자가 맛있어요.

 

토마호크 스테이크

좀 더 익은 부분은 이정도 익었고 뒤에 보이는 감자가 맛있습니다.

야채는 살짝 짭짤한게 고기랑 잘 어울리고 감자가 맛있네요.

 

남 1 여 1 같이 식사하기에는 적당한 양의 스테이크이며 감자가 맛있었습니다.

 

아 뭐지 감자 왜 이렇게 맛있지?

뭘 어떻게 요리해야 감자가 이렇게 포슬포슬하고 맛있어지는거야?

 

구운 감자

이 집은 감자가 맛있습니다.

감자 튀김 안 파나? 감자 튀김 기가 막히게 튀기실거 같은데.

 

다음에 오면 감자 추가 안되냐고 물어봐야겠어요.

머쉬룸 뇨끼랑 감자만 있으면 아주 행복한 식사 코스가 되겠어요.

그러고보니 뇨끼도 감자로 만든거네요.

 

이야~ 역시 어디가도 정체를 숨기지 못하는 강원도 참 남자.

 

맛있게 감자 스테이크를 씹어먹고 계산하면서 수줍게 물어봅니다.

"감자 오븐에 구우신건가요?"

소심한 강원도 남자가 물어본건 아니고 멋진 와이프님이 물어보셨...

 

당황한 직원은 친절하게도 주방에 직접 난입하셔서 레시피를 물어봐 주셨어요.

 

아니 그걸 그렇게 꼭 물어봐 주실 필요는 없~ 는~ 데~ 에~~

잠시 후 저희가 얻은 레시피는 버터랑 식용유를 발라서 150도 오븐에 50분.

 

행복한 마음으로 시원하게 카드를 긁고 나옵니다.

참고로 여기는 하머니가 됩니다.

 

하머니는 하남시 지역 화폐죠.

하남 시민이 아니라도 발급 받을 수 있고 삼성페이에 등록도 됩니다.

근처 사시는 분이라면 발급 받아 놓으시면 절대 손해는 아니에요.

 

... 여기서? 갑자기? 하머니 광고를 한다고?

저 뭐 광고 받고 그런 사람 아닙니다.

아냐! 나 광고하는 그런 사람 아니라고!

 

아무튼 감자가 맛있는 트루낭 방문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오늘도 헛소리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