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벌써 많이 쌀쌀해졌네요.
쌀을 먹어야겠어요.
뜨끈한 국물을 먹어야겠어요.
맨날 부대찌개만 먹고 있으니 슬슬 다른 것도 먹어야겠죠.
충무로 역 6번 출구에서 조금 걷다 보면 나타나는 진고개입니다.
다른 식당 왔다 갔다 하다가 본 임팩트 넘치는 비주얼 때문에 기억하고 있는 식당입니다.
대충 이런 느낌.
어마어마한 세월이 느껴지는 외관이죠.
제 기억에 진고개는 강릉 가는 길, 대관령 차량 정체가 심한 날 우회하는 길로 많이 사용하던 곳이었습니다.
지금은 고속도로가 생겨 갈 일이 없네요.
어마어마한 경사와 커브길은 아직 그대로인 모양입니다.
아무튼 충무로 진고개입니다.
입구부터 느껴지는 레트로 감성은 손소독제로 현대화하여 퓨전 인테리어를 완성시켰습니다.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을 많이 바꿔놓았군요.
암, 인테리어고 뭐고 간에 소독이 최우선이지.
1층입니다.
아마 2층도 있는 모양입니다.
입구를 지나 다른 방도 있는 모양입니다.
저는 그냥 안내해 주는 곳으로 앉았습니다.
메뉴판을 보니 놀랍게도 한식을 파는 곳이군요.
왜 놀라워.
정말 놀라운 건 오이소박이 정식이 있다는 것이죠.
충격적이게도 반찬을 따로 팔고 있습니다.
일본인 줄.
다음장을 보니 일식도 파는군요.
튀김도 파네요.
도시락도 팔고.
뭘까요.
후에 저 도시락정식을 드셔 보신 분이 말씀하시기로
꽤 맛있다고 합니다.
다음에는 저걸 먹어봐야겠어요.
코스요리도 있습니다.
저희는 그냥 갈비탕을 시켰습니다.
반찬을 따로 시켜야 하는지 물어봤더니
기본 반찬은 나온다고 합니다.
기본 반찬입니다.
깍두기 크기가 큽니다.
무생채 플레팅은 장인정신이 느껴집니다.
고추짱아찌는 소박하군요.
상당한 무게를 자랑하는 밥그릇.
무겁네요.
예전에는 다 이런 그릇이었는데 추억 돋네요.
저희 집은 아직도 제사 지낼 때 씁니다.
밥은 꽉꽉 눌러 담았습니다.
한국인은 밥이죠.
갈비탕이 나왔습니다.
계란이 들어있군요.
신기합니다.
계란 들어간 갈비탕 드셔 보신 분?
저는 계란 지단 들어간 갈비탕은 먹어본 기억이 납니다만.
갈비탕의 갈비는 갈비는 일반적인 갈비와 더불어 얇게 저민 갈비도 들어있어 먹기 편합니다.
고기 양이 꽤 푸짐하네요.
맑은 국물은 맛이 깔끔하고 간이 딱 맞는군요.
따로 간을 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근데, 깍두기가 너무 싱겁습니다.
아무리 갈비탕 간이 좋다고 하지만 한국인의 갈비탕은 깍두기죠.
뭔가 짭짜름하고 시원한 무언가가 있어야 갈비탕이 완성됩니다.
그래서 결국,
살면서 돈 주고 사 먹을 일이 있을까 생각조차 해 본적 없던 오이소박이를 시켰습니다.
이 글은 이미 놀라움과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지만
이 오이소박이는 예상외로 꽤 맛있습니다.
돈 주고 사먹을 가치가 있느냐? 하면 약 50:50 정도라고 하겠습니다.
오이소박이 정식이라는 메뉴가 따로 있다는 게 이해가 갈 정도로 맛있기는 하지만
사실 맛있는 오이소박이가 나오는 음식점은 꽤 있거든요.
다만 세태와 사회에 찌든 어른들은
오이소박이의 판매량은 깍두기의 맛이 좌지우지하지 않을까 하는
불경한 생각을 하며 식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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