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중입니다.
1차로 신나게 삼겹살을 구워 먹고,
2차를 갑니다.
이번 목적지는 지하식당입니다.
을지로 중부시장에 위치한 "지하식당".
절대 식당 가는 길처럼 안 보이는 골목이죠.
영화에 나올 법한 시장 골목을 걷다 보면,
갑자기 뜬금없이 지하식당이 나타납니다.
천장에 매달린 간판이 아니면 스쳐 지나가도 절대로 모를 외관.
뭐랄까.
이런 곳은 누가 어떻게 찾아오는 걸까요.
앞선 과정을 하나로 합쳐보면
이 지하공간에서 불법적인 무언가를 팔고 있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겠군요.
테이블은 달랑 4개.
인기가 많아지면 못 찾아올 그런 사이즈.
바닥의 상태가 상당하게 멀쩡하지 않아 수평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확하게 놓인 상태 그대로 앉아야 해요.
테이블을 옮긴다거나 의자 위치를 바꾼다거나 그러면 혼납니다.
저희도 저러고 있다가 사장님한테 혼났어요.
메뉴판은 막걸리집의 그것과 비슷한 감성인데,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기한 메뉴들도 있어요.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분명히 평범한 이름인데 비범한 음식들이 나온다는 겁니다.
콜키지도 가능하다고 하네요.
영업시간은 평일 10시~21시, 토요일 10시~18시, 일요일 휴무.
구석이 놓인 기본 안주 고구마 스틱.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자주 먹던 간식인데 여기서 보니 반갑습니다.
일단 고구마 스틱으로 소주를 들이켜고 있다 보면 주문한 안주가 나오겠죠.
이것은 냄비두부조림입니다.
근데 거기에 스파게티면과 계란 후라이가 들어간.
잘 쓰까 먹습니다.
간이 간간하니 소주 안주군요.
스파게티면에 두부조림 양념에 이렇게 잘 어울리는지 몰랐어요.
잇(it)고추.
왜 잇 고추인지 모르겠어요.
고추튀김과 비슷한데 떡갈비를 말아놨습니다.
떡갈비가 아니라 고추 갈비군요.
고추 속을 긁어내고 속에도 고기가 들어있어요.
고추는 매운 고추인듯한데 청양고추 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근데 이거 매워하는 사람이 몇몇 있어요.
하지만 매운 안주는 소주 안주로 제격이죠.
맵찔이들과 죽순 성애자의 조합은 죽순들깨탕을 주문하게 합니다.
죽순, 새우, 물만두, 버섯이 들어있군요.
전 들깨탕을 딱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싫어하는 편도 아니에요.
그래도 이 들깨탕은 맛있는 들깨탕이군요.
너무 텁텁하지도 않고 고소합니다.
마지막 안주, 술부대.
이것은 부대찌개인데 똠양꿍 맛이 납니다.
이름은 평범한데 맛은 비범한 음식의 끝판왕 정도랄까.
순두부와 소시지, 넓적 당면이 주 재료로 보입니다.
그리고 큼지막한 고추 두 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다가 사장님한테 혼났어요.
보글보글 끓고 있을 때 찍어야지! 라면서...
네, 찍을게요.
움짤로.
똠양꿍 맛의 부대찌개라니,
굉장히 이상한 조합인 것 같은데 먹어보면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에요.
참으로 이상합니다.
맛있는 안주와 함께
우리는 그렇게 술을 마십니다.
이제 3차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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