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입니다.
2022.05.11 - [보고서/사먹음] - 충무로역 무국적 오마카세 "호호" - 회식입니다. 폭식입니다.
저번 회식 이후로 오랜만이군요.
내일이 없는 사람들 마냥 회식을 즐기는 팀이므로
회식 일정이 잡혀지면 약 3 주 동안 점심 시간과 주간회의 때 어디를 갈까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벌어집니다.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해봐라.
그렇게 심도 깊은 논쟁과 토론의 끝에 결정된 고기집, 제주연탄집입니다.
제주도와 연탄의 연관 관계는 알아보기 귀찮으므로 패스.
5시 일괄 퇴근 후 빠르게 이동.
여기가 오늘 회식의 시작인가.
라는 느낌으로 장엄한 입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생오겹살.
소주와 맥주는 기본 옵션.
불판은 옛날 냉동 삼겹살집에서 많이 보던 불판과 호일의 조합입니다.
사실 호일에 고기를 굽는 게 건강에 나쁘다 하는 말이 좀 있는데,
호일이 깔면 불판 설거지가 편해진다는 주방 쪽 이득과
열 전도율이 올라가 고기의 맛이 좋아진다는 손님 쪽 이득이 공존합니다.
아무튼 건강에는 이득 되지 않으므로 되도록이면 피하도록 합시다.
하지만 오늘은 다량의 식용 알코올을 삐뚤어진 식습관으로 비대해진 간에 무차별로 투과시키기 위하여 온 자리입니다.
저에게는 입이 열개라고 할 말이 없죠.
저 멀리 연탄으로 추정되는 연소 장치에 삼겹살을 초벌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불 맛과 일산화탄소 맛을 입히는 과정인가 봅니다.
연탄에 고기를 구우면 그 맛이 기가 막히죠.
저렇게 먼저 초벌을 하고 불판에 구우면 일산화탄소 맛이 사라지지만
다만 일산화탄소로 인해 점점 머리가 몽롱해진다는 게 단점을 상쇄할 수 있습니다.
상추 무침, 백김치, 깻잎 절임, 와사비, 마늘, 쌈장, 멜젖, 김치 콩나물 국.
기본 찬은 요정도.
소금은 달라고 하시면 주십니다.
메뉴판을 다시 보면 특이하게 꽈리고추와 고사리를 따로 팝니다.
제주도에서는 고사리를 삼겹살에 구워 먹는다면서요?
그래서 우리는 꽈리고추.
고사리 구워 먹어 봤는데 제 취향은 아닙니다.
사람은 소신 있게 살아야 해요.
맛있게 삼겹살을 구워요.
기름이 무지하게 튀지만 회식이잖아요.
한 4차까지 술 마시면 냄새는 다 빠질 거예요.
기름이 적당히 나오면 꽈리고추를 굽습니다.
잘 익은 삼겹살을 냠냠.
맛있는 삼겹살.
잘 익은 꽈리고추와 같이 먹으면...
매워요.
왜 이렇게 맵지.
청양 꽈리고추 뭐 그런 건가.
제주연탄집 이후 또 먹으러 가야 하지만 후식을 포기할 수 없어요.
볶음밥을 안 먹으면 혓바늘이 돋습니다.
볶음밥까지 야무지게 먹고 나오면 이제 슬슬 석양이 내려옵니다.
혹자는 정신없어 보인다 지저분하다 하겠지만
전 이런 정취있는 골목 풍경이 그렇게 좋더라고요.
그래도 오늘따라 유난히 더 아름다워 보이는 골목길은
아마도 이미 마신 술과 앞으로 마실 술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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